양승태 大法 간부, 靑 방문… 日징용 소송 논의한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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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임종헌-주철기 면담기록 확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말 청와대를 방문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설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임 전 차장과 주철기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간의 청와대 면담 기록 등 관련 문건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소송의 판결을 지연하는 방안을 청와대와 논의하면서 해외파견 법관 확대를 약속받는 식으로 물밑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 법원행정처가 해외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된 인사위 명단도 있었다. 검찰은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법관 해외파견 증원과 관련된 기록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전병헌 전 의원 보좌관의 재판과 관련된 거래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말 작성한 ‘임○○ 상고심 선고 후 전망’ 문건에는 전 전 의원의 손아래 동서이자 선임보좌관이던 임모 씨의 석방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임 씨는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경선 과정에서 2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였다. 이 문건은 임 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2015년 4월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 작성됐다. 문건은 임 씨가 구금된 기간이 8개월인 점을 계산해 파기환송심에서 보석으로 석방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실제 임 씨는 같은 해 5월 보석으로 석방됐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전 전 의원과 법원행정처가 각각 임 씨의 재판과 상고법원 추진을 맞바꾸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015년 5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 국회 전략’ 문건에는 전 전 의원을 거론하며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민원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이라는 내용이 있다. 전 전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설득 매개체로 삼으려 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3일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했던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42)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판사는 지난해 2월 인사이동 당시 법원행정처 PC 파일 2만4500개를 삭제한 혐의(공용물 손상)를 받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승태#사법행정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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