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벼랑 끝 中企·자영업자 외침 귀 막고 최저임금 확정한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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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어제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 8350원을 확정해 고시(告示)했다. 경영계의 재심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불이행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시 직후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2년 동안 29% 오른 것을 의미하는 29일 총궐기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30년 동안 재심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올해처럼 논란과 반발이 컸던 적도 없었던 터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자영업자들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고용부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끝내 재심의를 거부했다. “나를 잡아가라”는 수백만 자영업자의 외침이 ‘최저임금 불이행’이라는 범법 양산으로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 수준과 노동 생산성, 최저 생계비, 사용자의 지불능력,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것이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의 타당성을 결정 과정의 정당성보다 결과의 실효성에 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그 같은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산입 범위 상쇄분’ ‘협상 배려분’처럼 기득권 노조의 주장을 담은 인상분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결정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된 것도 아니었다. 친노동계 편향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역설적 상황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국내외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걱정할 정도였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부작용을 올해 실감할 대로 실감한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 논리에 경도된 정부는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날려버렸다. 한계에 내몰린 국민의 아우성에 귀 닫은 정부가 땜질 처방에 혈세 낭비를 반복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2019년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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