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무시하는 수입차 행태… 소비자부터 눈 부릅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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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잇따른 사고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BMW 승용차에 관해 ‘운행 자제’를 권고하는 담화문을 어제 발표했다. 2일에도 BMW의 520d 승용차 한 대가 강원도 영동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에 불길에 휩싸였다. 올해 들어 BMW 차량에서 30건 가까운 화재가 발생했다. BMW 측은 어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를 화재 원인으로 판단한 기술근거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BMW 측은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집중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문제가 된 BMW 5시리즈가 한국에서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5시리즈 판매 비중이 29%로 한국(30%)과 거의 비슷한 영국·아일랜드에선 EGR로 인한 화재가 없다. 더 설득력 있는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BMW 측이 먼저 ‘운행 자제’를 권고했어야 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독일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1인당 최대 1200여만 원, 캐나다에서 500여만 원을 지급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100만 원어치 바우처(서비스쿠폰)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 업계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데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2015년 당시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가 줄었으나 한국에서는 전년보다 16% 늘었다. 폴크스바겐 ‘떨이 판매’에 현혹된 탓이다. 최근 BMW 520d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자 일부 젊은층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중고차 시장을 기웃거리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수입차 업체의 횡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수입차#bmw#bmw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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