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체와 액체 사이… 우리가 몰랐던 ‘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물의 과학/제럴드 폴락 지음·김홍표 옮김/504쪽·2만8000원·동아시아

물은 온도가 0도 밑으로 떨어지면 얼음이 되고, 100도 위로 올라가면 수증기가 된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과학 상식이다. 미국 워싱턴대 생물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상식에 태클을 건다.

저자는 얼음, 물, 수증기에 더해 네 번째 상인 ‘배타 구역’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상태에서 물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정도 성격을 띤다는 것. 배타 구역에서 물은 일반적인 상태에서와 달리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네이처’지의 편집고문 필립 몰은 “지구의 3분의 2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은 아직도 미스터리투성이다”라고 했다. 20세기 중반 물에 대한 연구가 연이어 좌절을 겪으며 물 연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아직도 파도가 어떻게 지구 몇 바퀴의 거리를 돌 수 있는지, 젖은 모래가 왜 마른 모래보다 잘 뭉치는지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물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겠다며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띠지에는 책 내용이 아직 주류 과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마치 경고문처럼 써 있다. 옮긴이도 “나는 폴락의 설명이 다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심지어 저자 본인도 “여기서 제시한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추론에 불과한 것”이라 썼다. ‘배타 구역’ 이론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때로 신성하게까지 여겨지는 과학 이론에 발칙한 물음을 던지는 노교수의 패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 않을까.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물의 과학#제럴드 폴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