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서재]거장들의 일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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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카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두고 일기나 써볼까 싶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네요. 혹은 지난 일기장을 휙휙 넘겨보거나….

그래서일까요. 문학계 거장들이 쓴 자전적 소설이나 에세이가 눈에 띕니다.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아름답지만 존재감은 없고, 약간은 무지하기도 했던 자기 어머니에 대해 썼어요(‘인형’). 시어머니와의 고부 갈등에서 남편의 지지 없인 승리하지도 못하고, 사회운동가였던 여자 사촌에겐 무시받기 일쑤예요. 아들에겐 애정이나 신뢰, 존재감을 늘 확인받고 싶어 하고요. 그런 어머니를 비웃기도, 귀찮아하기도 했던 카다레는 결국 그녀와 정반대의 여성과 결혼합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온 이야기지만 우리 주변에도 닮은꼴이 많죠? 실패한 결혼생활을 회고하는 미국 작가 필립 로스도 있고(‘사실들’), 자신의 학교생활과 주변 이웃들을 묘사한 존 맥스웰 쿠체(‘소년시절’)도 있습니다.

올여름엔 지난해에 비해 소설보다 에세이가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날씨도 현실도 사람들을 탈진시키기만 하니 그런가 봐요. 이번 주말엔 온몸에 힘을 빼고 거장들의 일기장을 휙휙 넘겨보는 건 어떨까요. 더위도 빨리 휙휙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인형#사실들#소년시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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