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래된 아파트라지만” 폭염속 잇단 정전에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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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폭염]변압기 노후화로 정전사고 속출
친척집 대피하거나 모텔 숙박도

“언제 전기가 또 끊길지 몰라 ‘피난 짐’을 싸놓은 집들이 많아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1일 0시부터 2일 오후 10시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에서 28건의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수도권에서 24건이 일어났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에서 낡은 변압기가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정전된 곳이 많았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저녁 시간에 ‘에어컨을 꺼 달라’는 방송을 하거나 단지별로 일시적으로 단전을 하는 아파트도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는 1일 오후 7시 반경부터 2시간가량 전체 4400여 가구 중 절반가량인 2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주민 문모 씨(75)는 “촛불이라도 켜면 더 더워질 것 같아 안 켜고 찬물만 벌컥벌컥 마셨다”고 토로했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와 서초구 방배동 대우효령아파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1980, 90년대에 건설된 아파트에서도 이날 정전 사고가 일어났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582가구에서는 7월 31일 오후 9시 반경부터 전기가 끊겨 약 26시간 만에야 정상화됐다.

정전이 되자 주민들은 인근 카페로 대피하거나 아예 친척집이나 모텔 등으로 이동해 잠을 청했다.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춰 집에 갇힌 주민들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난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폭염속 잇단 정전#고통#오래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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