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루킹 “靑서 경공모 변호사에 아리랑TV 비상임이사직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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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최근 조사서 진술 확보

강금원 추도식 참석한 김경수 지사부부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6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지사의 부인 김정순 씨, 김 지사,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오른쪽은 추도식 사회를 보는 배우 명계남 씨. 출처 트위터 neroaro
강금원 추도식 참석한 김경수 지사부부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6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지사의 부인 김정순 씨, 김 지사,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오른쪽은 추도식 사회를 보는 배우 명계남 씨. 출처 트위터 neroaro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로부터 청와대가 김 씨의 최측근 윤모 변호사(46)에게 아리랑TV 비상임 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변호사는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핵심 멤버였다.

특검팀은 2일 김 씨와 댓글 여론 조작을 공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관사와 집무실, 국회의원 시절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밤늦게까지 압수수색했다.

○ “청와대 자리 제안 거절”

김 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올 3월 7일 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리랑TV 비상임 이사직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아리랑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유선전화로 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경공모 관계자는 “윤 변호사가 청와대의 연락을 받은 직후 김 씨와 아리랑TV 비상임 이사직을 받아들일지 상의해 거절하기로 결정했다”며 “윤 변호사는 전화가 걸려왔던 번호로 통화해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청와대 관계자였다”고 전했다. 김 씨와 윤 변호사는 비상임 이사의 영향력이 크지 않고, 보수가 이사회 참석 1회에 20만 원가량이라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해 실제 윤 변호사에게 아리랑TV 비상임 이사직을 제안했는지와, 제안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1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윤 변호사를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추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또 김 씨는 지난해 6월 김 지사에게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61)를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지만 청와대에 의해 거부당했다.

청와대는 올 5월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이 올 3월 28일 도 변호사를 면담했고 인사수석실에서 검증 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김 지사가 도 변호사를 주오사카 총영사 대신 일본 주센다이 총영사로 가도록 하겠다고 역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경수, 업무방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일정을 담당했던 비서관의 PC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전직 국회의원 PC의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로(low) 포맷’을 하기 때문에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특검팀의 임의제출 요청을 받아들여 휴대전화 2개를 특검팀에 제출했다.

김 지사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댓글 여론 조작을 김 씨와 공모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고, 김 씨에게 올해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작업을 해 달라고 요청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 씨가 김 지사와의 관계를 기록해둔 문건과 김 씨의 진술을 근거로 이 같은 2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 김경수, 김경수 전 고검장 변호인 선임

김 지사는 기존 변호인 문상식, 허치림, 오영중 변호사 외에 추가로 동명(同名)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김 전 고검장은 “고향 후배인 김 지사가 변호인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였다”며 “김 지사와 특별히 가깝게 지내왔던 건 아니지만 급한 상황인 것 같아 변호인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특검팀의 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자 김 전 고검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검장과 김 지사의 출신지는 각각 경남 함양과 경남 고성으로 다르지만 두 사람 다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김 전 고검장은 진주고, 김 지사는 진주 동명고를 졸업했다.

김 지사는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충북 충주시 앙성면 시그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강 전 회장은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노무현재단 명예이사장을 지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갓 1개월 남짓 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긴 어렵지만 필요하다니 협조하겠다”며 “언론을 통한 일방적 흠집 내기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악의적인 여론몰이며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드루킹#청와대#경공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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