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루킹, 안희정 통해 재벌개혁 추진 구상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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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작성한 ‘재벌개혁’ 문건, 실행할 적임자로 안희정 前지사 지목
“안희정 당대표 출마설득 우리가 맡아… 강연초청하기로 김경수와 결정”
작년 11월 국회서 나눈 대화 기록
특검, 이르면 주말 김경수 지사 소환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해 5월경 작성한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를 재벌개혁 추진의 적임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동혁기자 hack@donga.com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해 5월경 작성한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를 재벌개혁 추진의 적임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동혁기자 hack@donga.com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통해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김 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안 전 지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실제 올 1월 안 전 지사 초청 강연회가 성사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말 김 지사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드루킹 “안희정, 재벌개혁 적임자”

본보가 확인한 김 씨의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측근들에게 2017년 11월 15일 국회를 방문해 김 지사를 만나 나눈 얘기를 전했다. 김 씨는 그 내용을 ‘20171115미팅주제정리.docx’ 파일에 저장해 보관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측근들에게 “최근 청와대 초청과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충남 방문에도 안 전 지사는 당 대표 출마를 확답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바둑이(김경수 지사를 의미)는 몹시 초조한 상태”라며 “안 전 지사를 설득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당시 청와대와 김 지사가 안 전 지사에게 당 대표 출마를 권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김 씨는 “강연 초청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바둑이도 강연 초청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만약 내가 내려갈 필요가 있다면 부르면 내려가겠다고 했다”고 파일에 기록했다. 김 씨 자신이 만든 모임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가 안 전 지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안 전 지사에게 당 대표 출마를 권유하겠다는 취지였다.

안 전 지사는 올 1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경인선’ 주최 모임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김 지사는 올 4월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이 안 전 지사를 강연에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안 전 지사 측을 연결해 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자신이 구상한 재벌개혁 정책을 완성할 적임자로 지목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경 작성한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계획 보고’ 문건에서 4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정치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 적임자를 안 전 지사로 명시했다.

김 씨는 이 문건에서 “안 전 지사가 재벌개혁안의 정치적 보증인이 되어 준다면 문재인 정권은 정치적 개입의 부담을 덜 수 있고 안 전 지사는 재벌개혁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취할 수 있으므로 차기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 김경수 “도민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사가 지난해 대선 당시 김 씨로부터 재벌개혁 정책 조언을 받았고 김 씨의 안 전 지사 강연 초청을 돕는 등 김 씨와 밀접한 관계였다는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박상융 특검보는 1일 김 지사 소환 조사 시점에 대해 “곧 할 거 같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경남도정 4개년 계획 최종 보고회’에 참석해 “도민들께서 큰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검의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곧 소환을 할 것 같은데 특검 조사가 도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드루킹#안희정#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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