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신뢰 훼손 너무 안타깝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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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 퇴임
“법-양심 어긋난 재판거래 없었다”… “법치주의 믿음 무너져선 안돼”

“제가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저의 부덕의 소치로 법원 가족은 물론이고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6년의 임기를 마치고 김창석 김신 대법관과 함께 퇴임한 고영한 대법관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말문을 열었다. 고 대법관은 “법원 안팎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며 “이 부분 이야기에 이르면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고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법원행정처장과 차장으로 일했다. 2016년 2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돼 지난해 5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 대법관으로 복귀했다. 그래서 이날 고 대법관의 퇴임사는 특히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고 대법관은 “제가 관여한 모든 판결에 대해 지금은 물론이고 향후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비판과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 제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또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추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신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돼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이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며 재판 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석 대법관도 사법 신뢰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퇴임한 세 명의 대법관 후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신임 대법관은 2일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시작한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양한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사법#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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