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고금리 장사’ 여전… 10명중 8명에 평균 年25.6% 부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금감원, 실태 조사결과 발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자 10명 중 8명에게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자의 신용도나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신용등급 4∼6등급의 중(中)신용자에게도 일괄적으로 20%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이런 ‘고금리 장사’ 덕에 저축은행의 마진은 은행의 4배나 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9월부터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운용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는 동시에 금리 산정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 고금리 장사로 대출자 78%가 연 20%대 고금리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업에 바빠 금리 비교를 하기 어려운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분기마다 저축은행 금리 현황 등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점검 결과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 관행은 여전했다. 5월 말 현재 전체 신용대출 차주 109만1000명 중 78.1%(85만1000명)가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 800만 원을 대출받았으며 평균 연 25.6%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었다.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4%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전체의 고금리 대출 잔액은 6조7723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66.1%를 차지했다.

저축은행들은 고객의 신용등급과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대출자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일제히 연 20%를 넘어섰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장사가 두드러졌다. 대부업 계열인 OK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의 약 91%가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었다. 웰컴저축은행(84.5%), 유진저축은행(88.3%)도 고금리 대출 비중이 90%에 육박했고,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55.7%)도 절반을 웃돌았다.

이 같은 고금리 장사를 기반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저축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6.8%로 은행(1.7%)의 4배나 됐다. 돈 떼일 위험을 감안해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NIM도 4.0%로 은행(1.5%)을 크게 앞질렀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자의 신용 위험에 비해 과도하게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금감원 “현장 점검에 금리체계 개편도”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장사로 부당하게 이익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전면적인 금리 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금감원은 우선 9월부터 14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현장 점검을 시작한다. 앞서 윤석헌 원장은 금융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이 합리적인 금리 산정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4년 만들어진 저축은행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도 개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금리 산정 체계는 업체별로 제각각”이라며 “원가 구성 요소 등 구조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인하된 최고금리가 적용되도록 올해 안에 저축은행 대출 약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도 기존 대출자에겐 소급 적용이 안 돼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저축은행#대출금리#금융감독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