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5년간 독립영화 만드는 심정으로 일한 것 보답받는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칸 황금종려상 수상 ‘어느 가족’ 국내 상영… 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내한

좀도둑 가족의 이야기로 프랑스 칸을 사로잡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56)이 30일 한국을 찾았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갖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고레에다 감독은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았고 그에 힘입어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며 “영화를 시작한 후 15년 동안 독립영화를 만드는 심정으로 일해 왔기에 꾸준히 작업한 데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26일 개봉한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그렸다. 혈연관계가 아닌 각자 사연을 지닌 채 모이게 된 ‘유사 가족’을 통해 구멍 난 사회 시스템을 드러낸다.

이 때문인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칸 수상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정부의 축하는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라며 “국회 등에서 해결할 사안이 산적한 때에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이 편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어느 가족’은 부모가 사망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다 적발돼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으로 살 수 있는 부모 자식을 생각했을 때, 배우 기키 기린과 릴리 프랭키 외에는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각각 할머니와 아버지 역할을 맡은 두 배우는 고레에다 감독과 여러 영화를 함께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릴리 프랭키와 촬영 전 역할에 관해 손편지를 쓰고 이를 찍은 사진을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논의했다”며 “그가 맡은 ‘오사무’는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역할이었다”고 했다. 또 “기키 씨가 바닷가에서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라며 “기키 씨는 핵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슬쩍 꺼내놓기에 이를 잘 살리는 연출을 위해 기키 씨와 늘 진검승부를 벌이듯 일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이선 호크,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하는 영화를 작업 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연출을 할 수 있을지가 숙제”라며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많기에 지금의 작업을 발판 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배우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고레에다 히로카즈#황금종려상#어느 가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