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배우 “휴머니즘 넘치는 강력한 서사… 빅토르 위고에 푹 빠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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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웃는 남자’서 우르수스역 열연 양준모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제작사에서 ‘인생 배역’이 될 것이라며 출연 제안을 해왔는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더라”며 “역할의 비중보다는 어떻게 표현할지 납득이 가는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제작사에서 ‘인생 배역’이 될 것이라며 출연 제안을 해왔는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더라”며 “역할의 비중보다는 어떻게 표현할지 납득이 가는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빅토르 위고는 패하지 않는다.’

제작비 175억 원을 투입한 대형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는 이 법칙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세계적 명작 뮤지컬인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선악의 대립, 사회의 부조리, 휴머니즘이 생생히 살아 숨쉬는 강력한 서사는 극의 뼈대를 탄탄히 잡아준다. 여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에 장대한 규모의 무대, 화려한 출연진까지 더해지며 이 작품은 매진 행렬 중이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한 배우 양준모(38)가 이 작품을 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 역시 위고였다. 그는 ‘웃는 남자’에서 약장수이자 유랑극단 두목인 조연 우르수스로 분했다. 인신매매단이 귀족의 구경거리로 삼기 위해 입을 찢고 버린 어린 주인공 그윈플렌을 혹한에서 구해주고 양아버지가 돼 주는 인물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난 그는 “위고의 작품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처럼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듯한 인물이 있는데 이 작품에선 우르수스가 그렇다”며 “한마디로 ‘신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이’다”고 말했다.

2015년 일본 공연에서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에 발탁돼 호평을 받은 그는 이를 계기로 위고에게 푹 빠졌다. 작품을 제안받고 원작을 정독했다.

“우르수스는 무뚝뚝하고 염세주의적이지만 잔정이 있어 한국 사람들이 공감하기 좋은 전형적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내면 깊이 들어가면 위고가 전하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가 감춰져 있습니다.”

그는 배역을 고를 때 역할의 비중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우르수스는 입이 찢어진 채 광대로 자란 그윈플렌에게 세상의 비정함을 일러주며 ‘부자들의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이란 작품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해줍니다. 창작 초연은 인물의 큰 선을 직접 완성하고 이후 공연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지만 재미도 있어요.”

박효신(그윈플렌 역)과 공연을 가장 많이 해 이젠 얼굴만 봐도 서로 눈물이 날 정도로 작품에 몰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성악가 출신 뮤지컬 배우인 그는 스스로를 ‘성악가수’가 아니라 ‘성악배우’라고 여길 만큼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한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중 최종 목표는 오페라다. 목표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11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로 15년 만에 성악가로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을 하다가 다시 성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6, 7년 전부터 계속 준비해 왔다”며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8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후 9월 4일∼10월 28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다시 열린다. 6만∼15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창작뮤지컬#웃는 남자#양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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