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 “김부선 옹호? 맞고있는 여자 구하려 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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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설 ‘해리’ 낸 공지영
“진보 탈 쓴 위선의 무리,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할 악”

소설가 공지영 씨는 “제 소설은 언제나 현실에 대한 발언이었다”며 “약자를 죽이는 침묵의 카르텔을 무진이란 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해냄 제공
소설가 공지영 씨는 “제 소설은 언제나 현실에 대한 발언이었다”며 “약자를 죽이는 침묵의 카르텔을 무진이란 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해냄 제공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벌거벗었다’고 소리 지르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벌거벗은 사람이 있으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얘기하는 게 한 인간으로서 제가 가진 기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신작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건만, 관심은 딴 데 쏠리는 현실. 작가로선 답답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30일 열린 소설가 공지영 씨(55)의 장편소설 ‘해리’(전 2권·각 1만4500원·해냄) 출간기념회는 작품과 상관없는 질문이 연달아 쏟아졌다.

공 작가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의 공방에 직접 참전(?)했다. 당시 김 씨를 옹호했던 것에 대해 그는 “다 제 성격이 어리석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한 여성을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제가 듣고 본 바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다가 맞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고 쳐요. 조만간 신작을 발간하기 전인지라 ‘책 내고 나서 구하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세상에서 제 책이 잘 팔린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성격이 어리석을지언정, 생각이 어리석진 않습니다. 확신을 갖고 한 행동이에요.”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문단에서 불거졌던 ‘미투 운동’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공 작가는 최근 미투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반격을 받는 현실에 대해선 “‘해리’는 인간의 정의감을 거꾸로 이용하는 여성의 얘기다. 그에 대한 답변은 작품이랑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약자에 대한 선의, 좋은 마음을 이용하는 악인을 다룬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라 그 주제는 다른 자리에서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답했다.

소설 ‘해리’는 올해 등단 30년을 맞는 공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5년간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2009년 작품 ‘도가니’에도 등장했던 도시 무진을 배경으로, 선(善)이라 믿었던 종교 및 장애인 보호시설의 이면에 도사린 악을 고발하고 있다. 그는 “지금부터 향후 몇십 년 동안 싸워야 할 악은 민주주의와 진보의 탈을 쓰고 위선을 행하는 무리”라며 “작가로서 감지한 바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공지영#해리#김부선#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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