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안희정 권력으로 성착취, 영혼도 파괴”… 안희정 “지위 가지고 위력 행사한 바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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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수행비서 성폭행혐의 결심공판
김지은, 33분간 진술서 읽으며 흐느껴
檢 “안희정 반성기미 없어” 징역4년 구형

27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피해자 김 씨는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을 했다. 김 씨의 공개 발언은 3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한 이후 144일 만이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피고인’, ‘피고인 안희정’ 등으로 지칭하며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지사님’이었다. 피고인도 저를 직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또 “(안 전 지사로부터) ‘너는 나의 그림자다’ ‘마지막 방어선이니 끝까지 나를 지켜라’는 등의 말을 세뇌하듯 듣다 보니 제 생살여탈권을 쥔 피고인의 이중성을 말하기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피고인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당하고도 숨죽이는 피해자가 여러 명 있어 제가 쓰러지면 그들도 함께 다친다”며 재판부에 처벌을 호소했다.

김 씨는 이 같은 내용의 A4용지 14장 분량 진술서를 33분 동안 읽으며 때때로 책상을 짚고 흐느꼈다. 안 전 지사는 가끔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기도 했다. 법정에서 3m 거리를 두고 앉은 김 씨와 안 전 지사는 재판이 진행된 4시간 30분 동안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최후진술에 나선 안 전 지사는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징역 3년까지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형을 선고해 달라는 요구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10회에 걸쳐 장기간, 다수의 범행을 저질렀지만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아 죄질이 나쁘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안희정#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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