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거래 의혹 불거진 ‘日강제징용 소송’ 전원합의체 회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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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낸 신일본제철 상대 손배청구 사건
5년간 판결 미루다 서둘러 회부… 사회적 관심 사건 신속 심리 의지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 문건 관련… 변협 “판결 관여 대법관 사퇴” 촉구

대법원은 여모 씨(95) 등 1941∼43년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27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에는 통상 소부(小部)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등을 심리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최고 법률심인 전원합의체에 회부됨으로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 소멸 여부 등이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2월 첫 소송이 제기된 후 1, 2, 3심과 파기 환송심까지 네 차례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후 약 5년 동안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계류 중이었다.

이날 대법원은 2016년 11월부터 전원합의체 안건으로 올릴지에 대해 논의를 수차례 해왔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안건으로 채택된 이유에 대해서는 “판결문이 나오면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에 대한 설명을 써놓을 것”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사건에 대한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이 사건을 빠르게 심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2013∼14년 외교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두 차례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재차 파기환송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았다. 사건들의 쟁점이 유사해 가장 먼저 대법원에 접수된 신일본제철 사건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원고에게 그동안 “여러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상고심과 하급심에 유사 사안이 다수 계류 중이어서 쟁점별 상호 관계와 결론의 모순 저촉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외교부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대법원이 재판 거래를 하였고 이것이 선고 지연의 핵심적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를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 점에 대해 해당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변협이 현직 대법관들의 사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검찰이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가깝게 지낸 A 전 판사 비위 및 처리 결과 등을 입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A 전 판사 의혹이 별건 수사라는 법원의 기각 사유에 검찰은 반발했다.

이호재 hoho@donga.com·허동준 기자
#강제징용#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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