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본부 또 사표… 최고위직 9명중 5명 공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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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실장 최근 사직서 제출
본부장 등 주요직 최장 1년째 비어… “실적압박-중복감사 등 부담” 지적
635조 국민 노후자금 운용 불안

635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엑소더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로 수익을 이끌어 내야 하는 대체투자실장마저 최근 사의를 표했다. 인력 이탈을 막으려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이고 수장(首長)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을 서둘러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대체투자실을 맡은 김재범 실장이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부 기관으로 가려는 것 같다”며 “최근 대체투자 전문가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CIO를 비롯해 기금운용본부 최고위직 9개 자리 중에 5개가 공석이 된다. CIO 자리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사표를 낸 뒤 1년째 공석이다. 해외대체실장 자리는 지난해 3월부터, 주식운용실장과 해외증권실장 자리는 이달 초부터 비어있다.

대체투자실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조직이다. 운용 경험이 많은 인재들이 투입돼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대체투자는 수익률을 예측하기 힘든 분야인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 결정을 잘 내리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8.50%로, 같은 기간 기금 전체 수익률(5.61%)을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실적 부담을 느껴 사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순집행금액은 491억 원이었다. 당초 국민연금이 밝힌 연간 대체투자 자금운용 계획(2조8706억 원)의 1.7%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 자산의 가격이 많이 올라 우수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외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니 인재들이 업무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직원들이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 감사원 등에서 중복 감사를 받고 있어 문제”라며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가 책임만 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의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도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곁가지 업무가 늘어 본업인 기금운용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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