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영원한 벗, 그대 편히 쉬소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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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회찬의원 국회 영결식

27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동생 노희건 씨와 부인 김지선 씨(왼쪽에서 2, 3번째) 등 유가족들이 영결식을 치른 뒤 영정을 들고 노 전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돌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7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동생 노희건 씨와 부인 김지선 씨(왼쪽에서 2, 3번째) 등 유가족들이 영결식을 치른 뒤 영정을 들고 노 전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돌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의 동지, 사랑하는 동지, 영원한 동지여! 지금 제가 왜, 왜? 대표님께 조사를 올려야 한단 말입니까?”

27일 오전 국회에서 엄수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영결식에서 30년 정치 동지 심상정 의원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조사를 낭독했다. 그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없는 번민의 밤을 지새웠을 당신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흐느끼자 영결식 참석자들도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신은 여기서 멈췄지만 추구하던 가치와 정신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유족을 대표해 조사를 읽은 큰조카 노선덕 씨는 “큰아버지는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으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고 조언했다”며 울먹였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노 원내대표와 같은 노동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모습이었다.

노 원내대표의 생전 영상이 상영될 때 유가족, 시민, 동료 의원 등 참석자 2000여 명은 숨죽인 채 흐느꼈다. 영상에는 노 원내대표가 경기고에 다닐 때 서정주 시인의 수필에서 따온 노랫말에 직접 곡을 써서 붙인 ‘소연가’를 부르는 모습도 담겼다.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도 2000여 명의 참석자 대부분은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영결식이 끝난 후에도 헌화를 하려고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헌화를 마친 유족과 동료 의원들은 노 원내대표의 영정과 위패를 들고 고인의 사무실인 의원회관 510호로 향했다. 함께 일했던 보좌진과 이정미 당 대표, 추혜선 윤소하 의원은 위패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오열했다.

영결식 시작에 앞서 노 원내대표의 운구차가 국회로 들어올 때는 일렬로 서서 고인을 기다리던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은 2016년 국회사무처가 업무공간이 부족하다며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없애려 하자 “혹시 일이 잘 안돼 휴게실이 없어지면 우리 정의당 사무실을 같이 쓰자”던 그를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매일 새벽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에 6411번 버스를 타고 서울 구로구에서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이들은 한 달에 85만 원을 받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노 원내대표의 유해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가 묻혀 있는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노 원내대표를 떠나보낸 정의당은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창당 이래 최고치인 11%의 지지율(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기록했다. 정의당은 23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추모객이 7만2341명이라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노회찬#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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