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있을까 싶은 책들, 여기 다 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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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케 지음/고향옥 옮김/104쪽·1만2800원·온다


“동물 책은 뭐가 있나요.” “재밌는 책 추천해 주세요.”

어릴 적 동네 작은 서점에서 주인 할아버지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막연한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주저하지 않고 여러 책들을 꺼내왔다. 베스트셀러 목록 이외엔 책을 추천받기 힘든 요즘 문득 동네의 조그만 서점이 생각난다. ‘있으려나 서점’도 그런 서점 중 하나다.

책에 대한 모든 상상력이 담겼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서점 결혼식’을 읽어보자. 축의금은 도서상품권으로 낸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면 두 사람의 독서 이력을 소개한다. 주인이 주례를 서고 신부는 부케 대신 책을 던진다.

독서 보조 로봇이 있다면? 시끄러운 곳에서 귀를 막아주거나 “여기까지 읽었으니 힘내자”며 독서를 격려한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야단치고 잠을 자면 깨워준다. 책을 다 읽으면 감상도 들어준다.

고객이 요청하면 서점 주인이 책을 제안하는 큰 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희귀한 책부터 책과 관련된 직업이나 명소, 책 관련 이벤트 등 각각의 책 내용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 번쯤 상상해 봤거나 ‘실제로 이런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로 한국에 처음 이름을 알린 요시타케 신스케의 귀여운 그림체도 두세 번 책을 다시 펴게 되는 이유다.

매일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책들을 분류하고 진열하는 ‘카리스마 서점 직원 양성소의 하루’에서는 그들의 수고로움에 십분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을 책으로 비유하며 “저마다 스토리가 있지만 언뜻 봐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늘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안을 들여다봐 주기를 바랍니다” 등의 비유를 담은 ‘책과 같은 존재’에서는 책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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