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개미의 몸집은 왜 코끼리만큼 커지지 않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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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제프리 웨스트 지음/이한음 옮김/664쪽·3만 원·김영사


동물의 몸, 거대 도시, 기업 등은 모두 ‘복잡계’다.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개별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며 진화한다. 개미 한 마리의 움직임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개미 무리는 놀라운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복잡계 과학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가 복잡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탐구한 흥미로운 책이다.

제목(SCALE)은 ‘규모’라는 뜻이다. 복잡계의 규칙은 규모에 달려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비교적 익숙한 규모에 관한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국을 피하려면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

이는 ‘왜 개미는 코끼리처럼 커질 수 없는가’와 비슷한 문제다. 개미가 커질 때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부피)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데 비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다리의 단면적은 제곱에 비례해서 넓어진다. 결국 코끼리만 한 개미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사실 이는 400여 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논증한 것과 같다.

이런 ‘규모의 법칙’은 동물 종의 수명과도 관련된다. 여러 동물의 체중과 대사율(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정확한 수학 공식을 따른다. 코끼리는 쥐보다 약 1만 배 무겁지만 에너지는 약 1000배가 필요하다. 동물의 무게가 2배 무거워져도 에너지는 75%만 더 필요하고,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세포 손상도 적기에 수명도 그만큼 길어진다. 포유류의 심장 박동 수는 평생 거의 동일하게 약 15억 번이다.

책에 따르면 도시 역시 규모에 따른 규칙이 있다.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늘면 주유소 수는 100%가 아니라 85%만 증가한다.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길이 등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한편 독감 환자 수, 범죄 건수, 환경오염 같은 지표는 115% 증가한다고 한다. 도시가 커지면 일부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도록 만드는 압력도 더욱 거세지는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스케일#제프리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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