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인류 인권문제, 세상 더 알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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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재공연 위안부 뮤지컬 연출 김현준

인터뷰 중인 연출가 김현준 씨. 그는 최근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뉴 뮤지컬’ 을 올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인터뷰 중인 연출가 김현준 씨. 그는 최근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뉴 뮤지컬’ 을 올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분노하지만 소중한 청소년기를 빼앗기고 짓밟힌 위안부 소녀들의 삶과 얘기에 집중해본 적은 별로 없어요.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걸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2015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컴포트 우먼’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던 연출가 김현준 씨(27)가 3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들고 뉴욕 극장가에 나타났다. ‘컴포트 우먼―뉴 뮤지컬’은 20일(현지 시간) 뉴욕의 유명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피터 제이 샤프 시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7일에 정식 공연을 시작한다. 3년 만에 무대에 오른 ‘컴포트 우먼’은 프리뷰 9회 공연과 이번 주말 공연이 전석 매진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3년 전 공연은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일본군에게 속아 인도네시아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7명의 가슴 아픈 사연과 그들의 소박한 꿈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공연에선 도쿄 설탕공장에서 일하면 일본군에 징집된 남동생을 빼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끌려간 주인공 고은 외에도 일본에 가면 배부르게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고아 자매, 일본에서 돈을 벌어 가수나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소녀 등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총 3000명의 지원자 중 22명의 아시아계 배우와 2명의 백인 배우가 발탁됐다. 주연 ‘김고은’ 역은 한국계 혼혈 배우 애비게일 어레이더가 맡았다. 어레이더는 출연료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은 애벌레로 태어나 번데기를 거쳐 성체가 되는 나비에 비유했다. 3년 전 공연에서 자신감을 얻어 올해는 ‘한국적 감각’도 공연에 많이 입혔다. 무대 바닥에 한국 보자기 전통 패턴이 들어간 천을 깔거나 해금, 가야금 등 전통악기 선율을 오케스트라에 입히는 등 한국적 감각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김 씨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일본군이 무서워 하루 종일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연이 많이 나온다”며 “무대 세트에 문은 7개, 창은 1개를 달아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20대 연출가가 위안부라는 묵직한 소재로 뉴욕 극장가에 도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1세 때인 2012년 뉴욕시립대 연극학과 2학년을 다니면서 극작 수업 과제로 위안부를 소재로 몇 장면의 시나리오를 제출한 것이 ‘씨앗’이 됐다. 그는 “한국인은 다 아는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교수님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시나리오를 읽어줬을 때 친구들이 흘린 눈물과 미국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걸 보면서 스토리의 강력한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컴포트 우먼’이 같은 피해를 겪은 중국, 필리핀 무대에 오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다른 나라 위안부 소녀들의 사연으로 시나리오를 바꾸는 것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일본군 위안부#뮤지컬#컴포트 우먼―뉴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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