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원자부터 은하계까지 세상 모든 것의 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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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밥 버먼 지음·김종명 옮김/496쪽·1만7000원·예문아카이브

몰디브의 어느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당신을 상상해 보라. 선베드에 누워 향긋한 칵테일을 마시며 가만히, 가만히…. 미동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신은 지금도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신의 심장은 초속 4.6m의 속도로 혈액을 밀어낸다. 당신의 신경계는 시속 400km의 속도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무엇보다도, 적도 부근에 누워 있는 당신은 음속보다도 빠른 시속 1670km의 속도로 지구와 함께 자전하고 있다.

이 세상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도 1년에 2인치씩 자라고 있다. 천문학 교수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밥 버먼은 움직이는 모든 것의 속도에 관심을 가졌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움직임부터 너무 커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은하계의 움직임까지, 그의 호기심은 전방위적이다.

박테리아는 1초에 머리카락 한 올 두께만큼 움직일 수 있다. 수치상으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박테리아로선 1초에 자기 몸길이의 100배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다. 참고로 인간이 1초에 자기 몸길이의 100배를 이동하려면 음속을 돌파해야 한다. 초속 0.05mm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박테리아를 보며 저자는 일갈한다. “병이 전염돼 퍼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복잡한 용어나 수식은 빼고, 다소 냉소적이지만 유쾌한 농담으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래서 ‘이 책이 읽히는 속도’는 제법 빠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밥 버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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