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발언에 국정 지지율 ‘뚝’…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신께 미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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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신성모독 발언을 한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서도 교회에 대한 여전한 반감을 숨기지 않아 앞으로도 필리핀 국민 대다수를 신자로 두고 있는 가톨릭교회와의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일간 마닐라타임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10일 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내가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신이 내가 욕했던 신과) 같은 존재라면, 미안하다. 신께 미안하다”라고 말했다고 11일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6일 공개연설에서 “천국에 다녀와 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가 존재한다는 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다고 해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2일에는 “신은 정말 멍청하다. 완벽한 무언가(사람)를 만들고는 그들이 유혹에 빠지게 했다”고도 말했다.

필리핀은 가톨릭교도가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교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같은 ‘신성모독’ 발언 후 그가 너무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10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정 수행이 만족스럽다’는 응답자 비율이 3월의 70%에서 65%로 떨어지자 마음을 바꿨다. ‘국정 수행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3월의 14%에서 20%로 6%포인트나 올라 ‘만족’에서 ‘불만족’을 뺀 ‘만족지수’는 11%포인트 급락했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조사된 것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내뱉은 신성모독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사과 발언을 한 자리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엄연히 존재한다. 신을 이용해 정부를 공격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가톨릭교회에 여전히 불만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적법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들며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두테르테#필리핀#신성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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