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형제애로 똘똘… ‘사촌경영’ 손발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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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이끄는 사람들]LS

LS그룹은 독특한 그룹 경영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그룹 회장직을 사촌들이 돌아가며 맡는 이른바 ‘사촌 공동 경영’이다. 2003년 LG그룹에서 독립할 때 대주주들이 마련한 경영 원칙에 따른 것이다.

LS그룹의 대주주는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다. 이들 삼형제는 전선과 산전, 동제련 등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갖고 분리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LS그룹을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해 자식 세대에서는 사촌에게 회장 자리를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또 최고경영자(CEO)와 조정자 역할을 하는 이사회가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도 구축했다. 2008년에는 ㈜LS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였다. 올해 1월에는 예스코 도시가스 부문을 물적 분할해 또 다른 지주회사인 예스코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이런 장치들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LS그룹은 출범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을 거듭했다. 그룹 전체 매출은 2003년 7조3500억 원에서 지난해 22조5105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80억 원에서 7467억 원으로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다.

○ 사촌끼리 주고받은 지휘봉

현재 LS그룹 수장인 구자열 회장은 2013년 1월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초대 구자홍 회장이 10년간 성장 기반을 다진 직후였다. 구자홍 회장은 이임식에서 “차기 구자열 회장은 사촌 형제지간으로 LS의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는 모범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촌 간 공동 경영이라는 전통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구자열 회장은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 임원을 지내는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해외 금융 전문가. 오랜 해외 근무 경험으로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LS전선(현 LG전선)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부회장, 회장을 거치며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미국 슈페리어에식스를 인수했다. 그룹 회장 취임 초기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한계 사업과 부진 사업을 정리하거나 조정하면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한 연구개발(R&D)로 디지털에 강한 LS를 만들라는 주문이다. 대외 활동도 활발해 2014년부터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2015년부터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정책 심의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그룹 지휘봉을 넘긴 구자홍 회장은 2013년부터 그룹 인재 개발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룹의 핵심 사업인 동제련 부문에 구자홍 회장의 폭넓은 해외 인맥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2015년부터 LS니꼬동제련 회장을 맡고 있다. 구자홍 회장은 1973년 반도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한 뒤 10년 이상 해외 근무를 거치며 국제금융, 해외투자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이 매우 두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회장 시절에는 ‘함께하여 더 큰 가치를’이라는 내용을 담은 경영 철학인 ‘LS파트너십’을 확립하기도 했다.

○ 책임경영을 주도하는 회장단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구자홍 회장의 친동생이자 구자열 회장의 사촌형이다. 그는 빠른 결단과 과감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하다. 2013년 LS전선 회장 취임 후 1년 만에 저수익 사업은 정리하는 대신에 해저케이블, 초고압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렇게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LS전선은 덴마크와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첨단 케이블 시장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부상했다.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은 구자엽 회장의 친동생이다. 2003년 ㈜한성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을 떠나 독자 사업을 키워오다가 2009년 ㈜한성 지분을 예스코에 매각하면서 LS그룹으로 돌아왔다. 매월 팀 단위 혹은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식톡(食talk)’ 행사를 갖는 등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한다. 2016년부터 국내 34개 도시가스 회사를 대표하는 한국도시가스협회장도 맡고 있다.

구자열 회장의 친동생인 구자용 E1 회장은 국내 최초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회사인 E1을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국내 LPG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등 해외 지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E1은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 트레이딩을 통해 얻는다. 수익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E1의 영업이익은 9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5% 증가했다. 구자용 회장은 2016년부터 LS네트웍스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구자균 LS산전 회장도 구자열 회장의 친동생. 국민대 경영학과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지내다가 2005년 LS산전 관리본부장(부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2008년 LS산전 사장으로 취임할 때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시대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해 회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전통 사업 분야인 전력과 자동화 부문을 국내외 시장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첨단 전력 산업인 스마트그리드, HVDC,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태양광 등 스마트에너지 분야를 육성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사촌 공동 경영 원칙에 따라 차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그룹 지주회사인 ㈜LS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LG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GS칼텍스, LG전자, LG상사, LS니꼬동제련, LS전선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임원이 될 때까지 걸린 14년 중 절반인 7년을 공장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LS그룹 출범 후에는 LS니꼬동제련, LS전선에서 주력 사업을 진두지휘해 차기 그룹 회장으로 충분한 실무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광우 ㈜LS 부회장은 LS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킨 실무 주역. 2008년 그룹 지주회사인 ㈜LS가 출범할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1979년 LG그룹 공채를 통해 입사한 뒤 LG전자 해외 지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글로벌 마케팅과 기획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LG전자가 미국 전자업체 ‘제니스’를 인수했을 때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다.



▼재무통 명노현-도석구-남기원… 실적 견인 박용상-천성복… 고객 중심 김연수… R&D 이학성▼

계열사에 포진한 전문경영인들

LS그룹에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이 계열사에 포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사이에 계열사 대표이사(CEO)로 선임된 19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은 주력 계열사를 이끌며 LS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LS그룹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을 이끌고 있는 명노현 사장은 1987년 입사 후 30년 넘게 근속한 ‘LS전선 맨’. 올해 1월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경영기획담당 이사와 재경담당 상무를 지낸 ‘재무통’이다. ‘자산은 가볍게 역량은 강하게’라는 지론을 갖고 있을 정도로 안정성보다는 꾸준한 투자와 도전을 중시한다. LS전선이 지난해 11월 국내 전선업체 중 최초로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인 ‘LS EV 폴란드’를 설립한 것도 명 사장 작품이다.

박용상 LS산전 사업총괄 부사장은 LS그룹 안에서 ‘전력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전력사업 기획은 물론이고 국내외 영업 관련 직책을 고루 거친 뒤 전력기기사업부문장(상무)을 지냈다. 2014년에는 생산·기술부문장(전무)으로 승진해 생산기술 분야까지 총괄했다. 2015년부터 중국사업본부장을 맡아 취임 2년 만에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247% 각각 늘렸다.

남기원 LS산전 관리총괄 부사장은 1983년 금성전선(현 LS전선)에 입사한 후 주로 재경업무를 담당했던 ‘재무 전문가’다. JS전선 지원부문장과 LS엠트론 경영지원본부장(CFO)으로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했다. 캐스코와 LS메탈 CEO를 거쳐 올해 초 LS산전에 복귀해 사업전략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도 회계와 자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 LS그룹 지주회사인 ㈜LS에서 CFO와 인사지원부문장을 지냈다. LS니꼬동제련에는 2016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취임 첫해 ‘세계 최고 제련기업(Global No1 Smelter)’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뒤 생산성 향상과 전사공급망 관리 최적화 등을 통해 적자였던 경영실적을 흑자로 바꿔놓았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을 2100억 원이나 냈다. 도 사장은 현재 온산제련소를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연수 LS엠트론 사장은 LS그룹 내부에서 ‘강한 추진력’과 ‘치밀함’,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경영자로 통한다. 기계공학도 출신으로 LS전선에서 통신사업부장(상무), 생산본부장(전무) 등을 거쳤다. 2015년 가온전선 대표이사(부사장)를 지낸 뒤 2017년 LS엠트론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부임했다. 평소 “고객은 기업의 모든 행동에 대한 결론이자 가치”라며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지난해 매출액 2조1258억 원, 영업이익 931억 원으로 창사 후 최고 실적을 올렸다.

천성복 예스코 대표이사(부사장)는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도시가스 시장에서 꾸준하게 실적을 내고 있다. 대표 취임 첫해인 2015년 174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244억 원으로 늘렸다. 올해 4월 예스코의 물적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거셌지만 지속적인 대화로 해결해냈다. 가온전선 CFO와 영업본부장을 지냈다.

이학성 ㈜LS 기술전략부문장(사장)은 전기공학 박사로 지난해 LS그룹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됐다. LS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연구개발(R&D)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대용량 전력전자장치 및 제어기를 국산화시킨 주역이다. 2014년에는 대용량 직류송전시스템(HVDC)도 국산화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ls그룹#사촌 경영#구자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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