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21세기 술탄’ 등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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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선-총선서 모두 승리
3부 아우르는 제왕적 대통령제… 2033년까지 장기집권 기반 마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4·사진)이 24일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2003년부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 승리로 최장 2033년까지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해 ‘21세기 술탄’(오스만제국의 황제)이 탄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터키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는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유효표의 과반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은 52.58%로 집계됐다. 과반을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관위 발표 전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TV 연설에서 “국가가 내게 대통령의 책무를 부여했다”며 “터키가 거의 90%에 달하는 투표율로 민주주의에 대한 교훈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과 총선 투표율은 약 87%로 비공식 집계됐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무하렘 인제 후보(54)는 30.64%의 득표에 그쳤다. 인제 후보와 CHP는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인제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나돌루통신이 조작된 결과를 방송하고 있다”며 선거 참관인들에게 투표함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집권 AKP가 총선에서도 1당이 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의 견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AKP는 42.54%를 득표해 전체 600석 가운데 295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와 선거 연대를 구성한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11%를 얻으면서 여권 연대가 53.65%의 득표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CHP와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은 각각 22.64%, 11.69% 득표에 그쳤다.

터키의 권력 구조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난해 4월 의원내각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중심제를 도입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가결됐고, 새 헌법은 이번 선거 이후 발효됐다. 새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한 차례 중임(重任)할 수 있다. 단, 중임 임기 중에 조기 선거를 단행해 다시 당선되면 5년 더 재임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헌법하에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됐다. 그는 의회 동의 없이 부통령과 장관을 임명할 수 있고, 헌법재판관 15명 중 12명을 지명할 수 있다. 국가 예산 편성권과 국회 해산권을 거머쥐고 국가비상사태도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손에 쥔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세 차례나 연임했다. 그는 총리 4연임을 금지한 AKP 당헌 때문에 임기 중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는 2014년 8월 터키 역사상 처음 치러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에르도안#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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