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訪中후 ‘비핵화 시계’ 주춤… 폼페이오 “중국 지켜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비핵화 진전, 시진핑 역할론 강조… 주내 방북 구체적 시간표 제시할듯
매티스, 26일부터 中-韓-日 방문… “中 전략적 야망 뭔지 살펴볼 것”
日매체 “시진핑, 다롄 회동때 김정은에 종전선언 보류 촉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 20일 베이징에서 가진 세 번째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에 더 깊숙이 개입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속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잇달아 중국에 엄포성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하며 미중 갈등 조짐까지 불거져 ‘포스트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폼페이오 “중국 주시하겠다”

2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 해결과 관련해 ‘시 주석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비핵화 디테일 싸움에서 시 주석의 전폭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겠다”면서 경계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을 12일에 했는데 (폼페이오 방북이) 이달을 넘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이달에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비핵화 논의의 판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26일부터 2박 3일간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28일 한국, 29일 일본을 차례로 찾는다. 미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25일 미국의소리(VOA)는 매티스 장관이 시 주석과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순방 직전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전략적 야망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 유예와 관련해선 “추후 이어질 (대북) 협상이 (훈련 중지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킬지 두고 보자”고 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구체적인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북한 핵무기의 해외 반출 등 국방 기술적 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는 만큼 지금까지 북-미 협상에서 빠져 있던 매티스 장관이 지금부터 비핵화 논의에 가담할 수도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5일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는 북-미 회담 합의문 이행과 관련해 북한에 구체적인 요구사항(asks)과 시간표(timeline)를 건넬 것”이라며 “북한이 신뢰할 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진핑, 김정은에 종전선언 보류 촉구

미국의 우려대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서 꾸준히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25일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지난달 7, 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의 당사자인 중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한반도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당시 “종전선언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를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거듭 북측에 강조했다는 것. 실제 북-미 공동성명에는 예상과 달리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동시에 중국은 대북 경제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4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자국 내 해외투자 합작업체들의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이 북-중 교역 관련 공장 운영 재개와 함께 북한 근로자 고용 확대에 나선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이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 지원’이라는 당근을 적극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 도쿄=김범석 특파원
#김정은#비핵화#폼페이오#시진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