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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인천의 소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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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인천의 소리’를 찾아라

박희제기자 입력 2018-06-26 03:00수정 2018-06-2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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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 ‘인천 소리 채집팀’
해녀 물질소리-화문석 짜는 소리 등
도시화-기계화로 사라지는 정감 넘치는 소리채집 구슬땀
경인방송iFM 안병진 PD를 비롯한 소리채집팀이 화문석 짜는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경인방송iFM 제공
2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한적한 농촌마을. 경인방송iFM 안병진 PD(42)를 포함한 ‘인천 소리’ 채집팀 3명이 차에서 내렸다. 길가에서 좀 떨어진 농가에서는 요란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 이후 인기를 끄는 면직물 소창을 짜는 기계음이었다. 안 PD 팀은 스피커와 녹음기 등을 들고 농가 겸 소창공장에 들어가 소리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강화도는 일제강점기부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창 생산 공장이 몰려 있던 곳이다. 한때 100여 개에 달했으나 1970년대 대구, 수원 등지에서 섬유산업이 발달하면서 쇠퇴해 이제 10여 개만 남았다.

이 중 하나인 이곳 연순직물공장은 70년 넘은 기계로 소창을 짠다. 80세 넘은 부부와 아들이 모터와 고무벨트가 장착된 면직물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가내수공업 풍경의 공장에서는 자칫 난청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기계가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실로 짠 소창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둥글게 계속 말려 제품화된다. 이를 원료로 기저귀, 수건, 생리대 등 친환경 제품이 가공된다.

인천 소리 채집팀은 이날 소창공장에서 가까운 송해면 당산리 화문석마을도 들렀다. 한옥 쪽방에서 화문석을 짜는 소리를 녹취했다. 노부부와 친척 등 3명이 왕골을 다듬고 짜서 화문석을 완성하기까지 나는 소리를 1시간 동안 담았다. 왕골을 손으로 쓰다듬는 소리, 2m 높이로 자란 왕골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녹음했다.

안 PD는 “왕골 짜는 기계 소리를 밤에 들으면 귀 속에서 우는 것처럼 기괴하게 들린다고 한다. 화문석을 짜는 기술자가 강화도에 13명만 남아 있다고 해 소리 기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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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리 채집은 지난해 4월 본격화됐다. 안 PD는 배우 이영애 유지태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나온 자연소리 녹음 장면에 착안해 인천 소리를 기록하기로 했다.

먼저 인천 섬 지역을 순례했다. 백령도 사곶해변 천연비행장에서 차와 갯벌의 마찰음, 두무진 바다 속 해녀 물질 소리, 다시마 말리는 소리를 녹음했다. ‘캠핑 성지’로 불리는 굴업도 개머리 언덕 초원에서 1박 2일 머물며 해풍에 실린 시원한 바람 소리도 생생히 기록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에서 틀어주던 공습경보 사이렌(인천시립박물관 소장품) 소리, 협궤열차 종착역 주변 곡물시장 점포에서 참기름 짜는 소리, 수산물도매시장 경매 소리, 도심 속 소음 규제 때문에 20년 넘게 치지 못하고 있는 중구 내리교회 종소리 등 다양한 인천의 소리를 녹음했다.

이들 소리는 매일 오후 두 차례 방송되는 경인방송iFM ‘인천 소리 캠페인’ 시간에 들을 수 있다.

안 PD는 “도시화와 기계화로 정감 넘치는 인천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화문석, 소창 같은 가내수공업은 대물림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인천 소리를 가능한 한 많이 기록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경인방송#인천 소리#연순직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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