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뉴스룸 프런티어를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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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포르투갈 휴양도시 에스토릴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워싱턴포스트(WP) 제시카 스탈 오디오 콘텐트 담당 에디터가 자사의 팟캐스트(podcast) 오디오 뉴스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에스토릴(포르투갈)=신석호기자 kyle@donga.com
7일 포르투갈 휴양도시 에스토릴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워싱턴포스트(WP) 제시카 스탈 오디오 콘텐트 담당 에디터가 자사의 팟캐스트(podcast) 오디오 뉴스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에스토릴(포르투갈)=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워싱턴포스트(WP)의 팟캐스트(podcast)를 매일 듣고 있어요. 정말 좋아요. 더 중요한 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란 거예요.”

7일 포르투갈 휴양도시 에스토릴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세계편집인포럼(WEF) 이틀째. ‘뉴스룸 2020’ 세션 첫 연사로 나선 미국 WP의 제시카 스탈 오디오 콘텐트 담당 에디터는 자사의 팟캐스트 사업을 집중 홍보하던 도중 한 구독자의 편지를 소개했다. 그는 “팟캐스트는 소비층이 매우 두텁다. 지난해 24%의 미국인이 이용하고 있고, 올해는 26%, 약 7300만 명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신문사로 평가받는 이 회사가 오디오팀을 따로 두고, 팟캐스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유다.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2박 3일 동안 포럼 전과정에 참석한 한국 기자들에게 이 세션은 미래 한국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20년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 세션에서는 팟캐스트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멀티미디어 채널 개발과 디지털 모바일 디자인 혁신, 이를 위한 인력개발 및 조직혁신 등이 논의됐는데 이들 3대 주제는 이번 포럼 전체의 화두이기도 했다.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이후 디지털 모바일 혁신에 몰두해 온 WP가 디자인과 동영상에 이어 팟캐스트 오디오 뉴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는 상황은 ‘듣는 뉴스’에 눈을 떠가고 있는 한국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전날 세션에서 브라질의 RBS미디어그룹은 디지털 모바일 혁신을 위해 TV방송과 종이신문의 영상과 텍스트 콘텐츠에 라디오의 음성 서비스를 모두 통합한 유료 사이트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간결한 문체로 디지털 모바일 독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악시오스(AXIOS)의 알렉시스 로이드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우리는 뉴스 콘텐츠가 제작, 유통, 소비되는 전 과정에서 편의성을 추구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운 원칙은 덜어내기(subtraction)”라고 소개했다. 디지털 모바일 기사와 디자인에서 불필요한 것, 핵심적이지 않은 것을 덜어내 기자들과 에디터들이 중요한 뉴스에 집중하도록 하고 독자들은 쉽고 즐겁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시오스의 디지털 모바일 뉴스 페이지는 ‘똑똑한 간결성(Smart Brevity)’을 추구하고 있다. 페이지 상단에서부터 헤드라인, 멀티미디어, 기사 요약, 그리고 핵심(axiom)을 짧은 문장으로 순서대로 보여 줘 별도의 클릭없이 콘텐츠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문체를 혁신했다. 통상적인 인터넷 기사보다는 짧지만 SNS 글보다는 긴 문장에 ‘왜 그것이 중요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꼽고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친구에게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중요한 것 한 가지씩만 명확하게 쓰라는 원칙 등을 강조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보샤트 로이터 전략 개발 담당은 뉴스룸 혁신 과정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 미디어가 기술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사람의 문제에는 소홀하다”며 “사람들로 이뤄진 뉴스룸을 잘 경영하는 것이야 말로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여서 인력관리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10가지의 구체적인 방안들은 한국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대목이 많았다. ①디지털 모바일 혁신을 한다며 기존 신문기자들을 코너로 몰지 말 것 ②AI 기사도 중요하지만 신문기자들에게 공포를 주지 말 것 ③기자들을 번 아웃(burn out) 시키지 않도록 업무를 조절할 것 ④인센티브 구조를 조정할 것 ⑤신문기자들과 외부 전문가의 전문성을 잘 조합할 것 ⑥조직의 다양성을 유지하며 소통을 늘릴 것 ⑦다른 회사가 한다고 따라하지 말 것 ⑧일의 양을 줄이고 대신 더 잘 할 것 ⑨그 조직만의 가치와 전략을 잘 조합할 것 ⑩조직원들이 스스로 사랑하는 일을 하도록 할 것 등이다.

이번 포럼에는 전세계에서 700명의 언론인들이 참여해 정보와 지혜를 교환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수의 전통미디어와 함께 구글과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 뉴미디어들도 참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부회장인 마이클 골든 세계신문협회장은 “언론은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많은 공격에 처했다”며 “언론을 위협하는 모든 것에 협업과 연대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시상되는 ‘자유의 황금펜 상’은 마약과의 전쟁을 핑계로 인권을 침해하는 두테르테 정권에 맞서 싸우는 필리핀 ‘Rappler’ 최고경영자 마리아 레사(여)에게 돌아갔다. 그는 6일 열린 시상식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도록 강요받는 상황에서야 비로소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명연설을 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포르투갈 정부도 행사를 적극 지원했다. 현지 주간지 엑스프레소는 포럼의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에스토릴(포르투갈)=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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