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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의 독일’ 키운 살아있는 직무교육-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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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의 독일’ 키운 살아있는 직무교육-산학협력

조은아 기자 입력 2018-06-20 03:00수정 2018-06-20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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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는 처지고 독일은 앞서갔나
<3>獨 ‘지멘스 트레이닝 센터’ 르포
지멘스의 실습생들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베를린 지멘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상현실(VR) 기술로 실습한 가스터빈 수리 방법을 실제 터빈에 적용해 보고 있다. 학생들은 캠퍼스와 공장을 오가며 살아있는 교육을 경험한다. 베를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자, 터빈에 볼트를 제대로 끼워 봅시다.”

얼굴에 대형 고글을 낀 한 남성이 한 손으로 TV 리모컨 크기의 전자기기를 허공에 움직이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강의실에는 터빈도, 볼트도 없었다. 그 대신 강사가 기기 버튼을 눌러 ‘클릭’ 소리를 낼 때마다 강의실 앞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가상 이미지로 나타난 터빈과 볼트가 움직였다. 마치 강사가 화면 속에서 투명인간이 돼 볼트를 조이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11km가량 떨어진 지멘스타운. 이 기업도시 중앙에 자리한 ‘지멘스 트레이닝 센터’는 170년 역사의 글로벌 발전설비기업 지멘스의 경쟁력이 잉태되는 곳이다. 센터만 보면 제조기업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같다. 전통 제조기업 지멘스는 지난해 낡은 공장에 디지털 기기를 들여와 ‘디지털 트레이닝 센터’를 신설하고 가상현실(VR) 기술로 고유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미하엘 하인즈 재정담당 이사는 “VR를 이용하면 직원들에게 기술을 더 흥미롭고 쉽게 가르칠 수 있다. 해외 지사의 직원들은 본사로 출장 오지 않고도 원격으로 교육받을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직업교육 제도에 참고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멘스는 이런 센터를 세계 20개국에 열고 ‘지멘스 기술 DNA’를 전파하고 있다.

○ 독일 제조업의 힘은 대학과 기업 간 ‘낮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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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센터는 공대로 착각될 정도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는 동시에 기업에서 실습하는 독일의 일·학습 병행제도 덕분이다. 주로 고교생이 참여했던 이 제도는 최근 대학가에서도 인기가 많다. 대학생들은 재학 중 희망하는 기업에 지원해 온라인 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인턴으로 선발된다. 학생들은 미리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익혀 ‘취업준비생’ 기간을 단축시키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일찍이 영입하고 있다. 센터 근처 베를린 보이트 기술대에 다니는 막시밀리안 티스 씨는 “교육을 받으며 진로가 뚜렷해지고 현장을 잘 알게 되니 학교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주변 대학과 협력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 센터에서 교육받은 한 학생은 최근 가스터빈을 운반하는 로봇을 처음으로 발명했다. 당시 준비하던 논문 주제를 산업 현장에서 실험해 살아있는 직무교육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크리스티안 다처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베를린에 있는 대학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교육기관 8곳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은 저서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에서 독일의 비결로 이러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프랑스의 아카데미 교육도 독일에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프랑스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생산 공정에는 무관심해서 연구개발(R&D)의 성과를 산업 과정에 통합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독일은 산업 생산지와 교육 중심지가 가까워 산학협력이 자연스럽다. 디디에 회장은 “프랑스는 ‘(실무 엔지니어가 아닌) 이론적인 엔지니어가 되라’고 가르치는 편이고, 그래서 공학 분야 그랑제콜 학생들도 금융 및 서비스 분야를 선호한다. 하지만 독일 공학도들은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경영 악재를 뛰어넘는 ‘품질 경쟁력’

실용적인 직무교육과 산학협력으로 다져진 독일 제조업은 해외 시장에서 경영 악재도 뛰어넘는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번화가 ‘아브뉘 드 쉬프랑’에 들어선 독일차 폴크스바겐 전시장. 평일 근무시간에도 쇼룸, 수리센터, 중고차 매장 등을 갖춘 6층 건물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폴크스바겐 차를 4번째 구입하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크리스틴 루비옹 씨는 “프랑스인들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젊은층은 수입 브랜드를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사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소비자의 불만을 산 ‘디젤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기술의 독일차’란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그룹은 깐깐한 소비자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1분기(1∼3월) 6만2821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딜러숍의 쥘리앵 니콜 지점장은 “20여 년 전 우리 모델을 샀던 고객을 찾아가 당시 추억 속 차를 재단장해 선물하는 마케팅을 펼쳐 긴 세월 동안 품질로 신뢰를 받았던 우리 브랜드의 기억을 고객들에게 되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차는 품질’이란 오랜 인식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직무교육#산학협력#지멘스 트레이닝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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