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새 대통령에 ‘42세 우파’ 두케 당선… 반군과의 평화협정 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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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공약 내걸어 ‘내전 악몽’ 고개

17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반군과의 평화협정 수정론자인 우파 ‘민주중도당’의 이반 두케 후보(42·사진)가 당선됐다.

두케 당선인은 54%를 득표해 42%에 그친 좌파연합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8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하면 콜롬비아 현대 정치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보수 색채가 강한 콜롬비아에선 좌파 후보가 당선은 고사하고 결선 투표에 오른 것조차 이번이 처음이다. 페트로 후보는 수도 보고타 시장까지 지냈지만 과거 좌파 게릴라 조직인 M-19에 몸담고 있었던 경력이 큰 약점이 됐다. 2010년 이후 8년 동안 집권했던 중도우파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하는 헌법에 따라 불출마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상원의원을 지낸 두케 당선인은 2002∼2010년 집권했던 강경우파 성향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낙점한 인물이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의 미주개발은행에서 일하던 그를 2013년 콜롬비아로 불러들여 주요 정치인으로 키워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산토스 정부가 2016년 11월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안에 합의할 때 자신이 이끄는 민주중도당 의원 전원과 합께 의회 표결에 불참했다. 협정이 내전 기간 마약 밀매, 살인과 납치 등 반인권 범죄에 연루된 FARC 지도자들과 대원들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정계에 발을 디디고 사회로 복귀하게 허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두케 당선인 역시 중범죄를 저지른 반군 지도자들과 대원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특별 전범재판소를 구성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평화협정을 수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두케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사회로 복귀한 옛 FARC 대원 7000여 명 중 일부가 반발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화 정착의 걸음마를 막 뗀 콜롬비아에 내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남은 주요 반군인 민족해방군(ELN)과의 평화협상도 더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대선 투표는 50여 년 만에 처음 반군과의 무력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치러졌다. 옛 FARC가 정당으로 거듭난 데다 ELN은 대선을 전후로 임시 정전을 선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콜롬비아#대선#이반 두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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