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를 북마케도니아로? “못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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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27년 國名갈등 봉합 진통
양국총리 합의에 내부 반발 격화…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서명 거부
그리스 야당도 “총리 불신임” 강경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27년째 이어진 ‘국명(國名)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로 합의했지만, 양국 모두에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마케도니아’ 이름의 종주권을 놓고 외교 분쟁을 이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왕국의 역사를 도용하고, 자국 영토인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본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이라는 국명으로 유엔엔 가입했지만 2008년 그리스의 반대에 부닥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무산됐다. 유럽연합(EU) 가입도 번번이 좌절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는 12일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공화국’으로 변경해 오랜 분쟁을 마감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금주 말 양국 외교장관의 공식 서명 이후 양국 의회에서 각각 비준을 받아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경우 의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고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자에프 총리의 정적인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13일 “합의안은 마케도니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국호 변경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 합의안은 다시 의회로 돌아가 2차 투표를 거치게 된다. 민족주의 성향의 마케도니아 야당과 상당수 국민들도 “국호 변경은 그리스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리스의 제1야당 신민주당도 이번 합의안이 “국가적인 후퇴”라며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보수 진영은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어떤 이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마케도니아#북마케도니아#그리스#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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