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뒤끝’ 트럼프, “美 갈취하는 나라 왜 보호하나” 나토로 확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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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동맹 경제 이어 안보 균열

캐나다 퀘벡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대서양 동맹’ 균열이 다음 달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균열이 안보 균열로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10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에도 퀘벡에서 겪은 불쾌감이 해소되지 않은 듯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분노의 트윗들을 올렸다.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 문제도 집중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의 첫 아침(11일)에 올린 트윗에서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가 8000억 달러(약 859조4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은 나토 비용 거의 전부를 내는데 여기에 속하는 많은 국가가 우리를 무역에서 뜯어내려고 한다. 그들(나토)은 비용의 일부만 부담한 채 웃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151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유럽연합(EU)은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독일을 콕 집어 “우리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훨씬 큰데도 (국방비로) 4%를 지출하는데 독일은 GDP의 1%만 쓴다”며 “어느 누가 이것을 상식적이라고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손해를 보며 유럽을 보호하고는 무역에서 부당하고 호되게 당하고 있다”며 “이제 변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다음 달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을 2%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0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나토 정상회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을 재확인한 유럽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가치로 놓았듯 우리도 우리 가치를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며 “우리는 다시 뺏기지 않을 것이며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선 “이번에 EU는 응집력 있게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예고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초 만에 280자의 트윗으로 신뢰를 파괴했다”며 EU의 단결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분노의 폭발과 일방적인 발언이 국제 협력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나토가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G7의 균열을 부추겼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G7 회의를 떠나기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오는 걸 반대해서 그동안 못 간 것”이라며 “그들을 모스크바에서 본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G7 회의에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와 EU에 이어 G7까지 불구로 만들면서 푸틴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와 EU의 분열을 꾀하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실현시켜주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트럼프#g7#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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