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18년 국경분쟁 끝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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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의 북한’ 에리트레아와 전쟁… 2000년 평화협정에도 충돌 지속
새 총리 “화해하겠다” 손 내밀어

에티오피아가 18년 전 에리트레아와 체결한 평화협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리트레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와 20년간 이어온 국경 분쟁을 독재의 명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집권당 에티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5일 국경 분쟁을 끝내기 위해 2000년 알제리에서 에리트레아와 맺은 평화협정을 “완전히 수용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티오피아 연방이었던 에리트레아는 약 30년간의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다. 양국 관계는 에티오피아에 경제적으로 의존해온 에리트레아가 1997년 독자 화폐를 발행하면서 악화됐다. 경제주권을 선언한 에리트레아를 에티오피아가 못마땅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에리트레아가 1998년 5월 에티오피아 북동부 이르가 삼각지와 바드메를 잇따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고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약 7만 명이 사망했다.

양국은 2000년 알제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국제 국경위원회는 2002년 양국 간 국경을 확정하면서 바드메를 에리트레아에 양도하라고 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철군하지 않았고, 수차례 충돌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지속됐다.

알제리 평화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에티오피아의 발표는 올 4월 취임한 아비 아메드 총리의 결단이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에리트레아 형제자매들과 화해하는 데 정말 노력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정부에 대화를 시작하자는 초대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리트레아 정부는 쉽게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1993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난민 마르코스 하일레마리암 씨는 에티오피안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전쟁도 평화도 없는 상황을 정권 연장에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북한’으로도 불리는 에리트레아의 2015년 말 기준 난민 수는 47만4296명으로 인구의 12%에 달한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에티오피아#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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