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형 미숫가루-고로쇠된장…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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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

김요섬 디자인농부 대표가 일회용 낱개 포장을 도입한 미숫가루 등 제품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대표는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이면서 감각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디자인농부 제공
김요섬 디자인농부 대표가 일회용 낱개 포장을 도입한 미숫가루 등 제품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대표는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이면서 감각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디자인농부 제공
‘디자인농부’가 선보인 ‘검은콩 미숫가루 블랙빈’은 검은콩과 흑미, 검은깨 등을 섞어 가루로 만든 제품이다. 이런 미숫가루야 많지만 흥미로운 건 디자인이다. 20g 분량으로 나눠서 일회용 커피스틱처럼 포장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 대체식품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스틱 포장을 하면 아침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요섬 대표(38)의 예상은 들어맞았고 ‘검은콩 미숫가루 블랙빈’은 디자인농부의 인기 상품이 됐다.

‘지리산피아골식품’의 고로쇠된장도 아이디어가 빛나는 가공제품이다. 물 대신 지리산 고로쇠나무의 수액으로 담근 이 된장은 끓일수록 담백하고 구수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리산피아골식품의 김미선 대표(31)가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농산물 생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공·제조 식품을 만들어내는 ‘농촌융복합산업’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 디자인을 입힌 농산물 가공 제품

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디자인농부 사무동에서 만난 김요섬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사무동 뒤편 공장으로 이끌었다. 곡물을 분말로 만든 뒤 포장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포장동과 창고, 체험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입니다. 전체 규모는 500평(1653m²)이에요.”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직원 2명과 함께 20평 공간에서 곡물가루를 내고 포장 작업을 하던 회사는 7년 만에 현재의 모습처럼 성장했다.

부친을 따라 농사를 했던 김 대표는 전북도청에서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참가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농업이 생산의 시대에서 경영의 시대로 바뀌었음을 깨닫고서였다. 그는 지역 30여 개 농가와 협약을 맺고 백미와 검은콩 등 각종 잡곡류와 농산물을 활용해 차와 시리얼, 미숫가루 등 관련 제품을 만들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홈쇼핑과 기업프로모션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가던 김 대표가 특히 주목한 건 ‘디자인’이었다. “좋은 제품을 ‘완성’시키는 건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포장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대형백화점의 식품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식품 포장 디자인을 눈여겨봤다. 그 결과 일회용 곡물스틱과 쿠키 봉투에 담긴 잡곡 상품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농식품 굿 포장 디자인 우수상’(전북도농업기술원)을 수상했다.

디자인농부는 해외의 곡물박람회에 참여하면서 해외 판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는 중국과 미국,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 원. 올해는 15억 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농촌은 단지 농산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시장”이라며 “이런 가능성에 더 많은 청년이 주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역특산물 활용과 관광 인프라 구축
된장이 담긴 장독대 앞에 선 김미선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 어렸을 때부터 장 사랑이 남달랐던 김 대표는 전통 가공법을 연구한 끝에 ‘고로쇠된장’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었다. 지리산피아골식품 제공
된장이 담긴 장독대 앞에 선 김미선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 어렸을 때부터 장 사랑이 남달랐던 김 대표는 전통 가공법을 연구한 끝에 ‘고로쇠된장’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었다. 지리산피아골식품 제공

지리산피아골식품의 김미선 대표가 장에 몰두한 것은 어릴 때 경험이 컸다. 그는 민박집을 하던 부모님을 도와 음식을 만들고 장을 담그면서 인연을 만들고 내공을 쌓았다. 대학 시절에는 장으로 유명한 마을과 장인들을 찾아다녔고 졸업해선 창업에 나섰다.

지리산 고로쇠는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으로 ‘골리수’라고 불린다. 그는 이 고로쇠를 된장에 결합했고 감칠맛 나는 ‘고로쇠된장’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냄새 없는 청국장’ ‘지리산 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리산피아골식품은 창업 2년 만인 2013년 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년 뒤엔 매출 5억 원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직거래 장터와 백화점 행사를 직접 챙기면서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만드는 게 김 대표의 성공 노하우. 그는 “내 물건을 가지고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게 가장 좋은 마케팅입니다. 그렇게 늘린 고객이 진짜 내 고객이 되니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 대표는 지역사회의 관광상품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추대로 최연소 이장이 된 그는 지역의 농가 식당, 야영장 등 숙박시설과 결합해 자연 속 청량한 계곡에서 피아골 음식을 맛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휴가철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아서다. 그는 “앞으로 피아골에 청년 농업인의 성공을 돕는 교육시설을 짓고 ‘발효식품 테마공원’을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디자인농부#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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