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장, 사법부 명운 건다는 각오로 결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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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의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형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의했다. 법관회의는 결의 사항을 발표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 내용을 건의했다. 법관회의는 사법행정 법관독립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데는 다수가 반대했다.

법원의 재판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한 문건의 존재는 실행 여부를 떠나 충격적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신상과 동향을 뒷조사한 기록과 재판 거래 의혹의 발단이 된 문건을 만든 경위는 다시 조사를 해서라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가 내부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까지 듣고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법관회의 결론은 다수의 젊은 법관과 전국 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의 ‘수사 촉구’와 ‘자체 해결’로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 연장선에 있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후속 처리는 다수결로 결정하기엔 너무나 엄중한 과제다. 어떤식으로든 검찰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도 유력하다. 김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결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를 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고, 김 대법원장 역시 “(국정조사가)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가 사법부를 상대로 국정조사를 한 사례가 전무한 것을 보면 삼권분립 등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신받는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떤 방안이든 장단점이 공존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자체 해결과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 여러 안을 놓고 고심하겠지만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직후인 14, 15일경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사법 불신’ 사태를 매듭짓고 신뢰 회복의 첫발을 뗀다는 김 대법원장의 비상한 각오가 절실하다. 재판 거래 의혹의 확산을 막는 길은 누가 봐도 믿음이 가는 철저한 진상조사밖에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재판 거래#양승태#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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