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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횡단보도 보행자 보고도 쌩~ 그대로 달리는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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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횡단보도 보행자 보고도 쌩~ 그대로 달리는 차량

서형석 기자 , 김은지 기자 입력 2018-06-03 16:46수정 2018-06-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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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인근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량

“사람이 지나가는데 횡단보도를 막아서면 쓰나.”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거리. 양화대교 북단에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방향 횡단보도에 있던 정장 차림 남성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수십 명 역시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횡단보도에 절반가량 걸쳐 있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향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려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횡단보도 위에 멈춘 것이다.

이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날 퇴근시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가려던 버스가 횡단보도를 침범하며 멈춰 서자 시민들은 ‘ㄷ’자로 돌아가야 했다. 엄연한 보행자 영역인 횡단보도에서 차량들에 밀려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 일상이 됐다.

횡단보도 무시하는 운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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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는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도로교통법 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차량은 반드시 멈추도록 운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신호등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정지선에 맞춰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이 사진, 영상 등으로 입증된 운전자에게는 최대 20만 원 과태료가 가해진다. 불법이기 전에 보행자를 지키기 위한 운전자의 가장 기본 의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횡단보도 지키기는 사실상 사문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당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6000건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7000건을 넘었다. 그로 인해 200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다. 횡단보도뿐만이 아니다. 주택가 이면도로를 비롯한 각종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지난해에만 969명이나 됐다.

현장에서 체감한 운전자의 횡단보도 인식 상황은 더 암울하다.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을 경우에라도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며 지나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달랐다.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아이고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년여성이 깜짝 놀라며 멈춰 섰다. 흰색 1t 트럭이 여성 앞을 쌩 하고 가로질러 양화로6길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폭 7m인 이 횡단보도는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5번 출구 앞 양화로6길로 접어드는 길목의 일방통행로에 있다. 음식점을 비롯한 여러 점포가 모여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양화로에서 월드컵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역(逆) P턴 길로 쓰여 차량 통행도 많다.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1시간 동안 이곳을 통과한 차량 224대 중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인 것은 34%인 77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대로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승용차를 매단 견인차도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누가 건너고 있어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속도를 더 높여 지나가는 차들을 보행자가 양보하는 모습이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운전자의 ‘횡단보도 무시’ 현상은 교통량이 적은 심야시간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는 밤이 되면 ‘건너가세요’라는 보행신호 녹색불은 무용지물이다. 강서구 방향 양평로에서 우회전해 왕복 11차로인 선유로(양화대교·올림픽대로)로 가는 많은 차량은 직전의 이 횡단보도에 보행신호 녹색불이 커져도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간다. 버스와 화물차는 물론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횡단보도 사고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피해

올 4월 일본 도쿄 시오도메(汐留). 대기업과 언론사, 특급호텔 등이 밀집한 대형 업무지구다. 이곳에는 편도 3차로와 왕복 2차로가 만나는 ‘T’자형 교차로가 있다. 2차로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도로 중간 교통섬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데 3차로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소형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운전사는 먼저 건너가라며 오른손을 내저었다. 횡단보도는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라는 운전문화에 익숙한 운전자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쿄 시부야(澁谷)의 전(全) 방향(스크램블) 횡단보도는 하루 이용인구가 50만 명에 이른다.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뒤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보행자가 있어도 차량들은 언제나 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로는 한정됐지만 수년째 차량은 계속 늘어 운전자는 목적지까지 빨리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더 심하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에게는 보행자가 보호대상이 아니라 빨리 가기 위한 극복대상으로 여겨진다”며 “속도보다 여유와 안전을 우선하는 교통문화로 바로 지금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중심 교통환경 위한 제1과제는 횡단보도 늘리기

횡단보도는 보행 친화 환경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곳곳의 넓고 좁은 찻길로 가로막힌 생활공간을 횡단보도가 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도시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횡단보도를 누군가 건너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침범하는 차량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1과제는 횡단보도 늘리기다. 정부는 2016년 11월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을 개정해 도심 주거지역 도로의 횡단보도 간격을 기존 200m에서 100m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거지역 도로에는 횡단보도를 더 촘촘히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일이 차량 통행속도를 높이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교통정책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에 중점을 뒀다. 도시계획도 마찬가지여서 육교와 지하도가 많이 설치됐다. 그러나 최근 정책 초점은 180도 바뀌었다. 주거지역뿐 아니라 차량 통행량이 많은 간선도로, 보조간선도로 같은 한길에도 횡단보도가 많이 생긴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대도시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BRT)에 설치된 버스정류소 앞뒤로 횡단보도가 마련됐다. 서울 강남대로, 천호대로에서는 두 횡단보도 간격이 약 40m에 불과한 광경도 볼 수 있다. 차량 통행속도를 늦추는 대신 보행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했다.

서울 광진구는 2011년 천호대로의 용마보도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놓았다. 육교는 멈춤 없이 보행자 횡단과 차량통행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에게는 장애물이다. 강동구는 2012년 올림픽공원 앞 강동대로에 도로 개통 30여 년 만에 횡단보도를 하나 더 설치했다. 그동안 왕복 11차로에 신호등 없는 구간이 1㎞ 가량 있으면서 차량 과속과 무단횡단 위험이 컸다.

정부는 올 1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의 차량 통과 관련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보행자가 건널 때만 차량이 일시 멈추도록 한 규정을 바꾼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상황에도 일시 정지하는 의무를 차량에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노인 보호구역(실버존)에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존재와 상관없이 무조건 멈추도록 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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