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나?” “빵은 먹었지만 밥은 안먹었다!”… 아베의 ‘밥 논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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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스캔들 공세 논점 흐려, “국회-국민 우롱” 비판 커져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 등으로 연일 공격을 받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대응 화법이 화제다.

‘밥 논법’으로 불리는 이 화법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로 빵을 먹어 놓고 누가 “아침밥 먹었나”라고 물으면 “먹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질문자는 식사했는지를 묻고 있는데 답변자는 “‘쌀밥’을 먹진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답을 미루는 모습을 일컫는다.

29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말이 언급됐다. 3년 전 아베 총리가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에 대해 “그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최근 발견된 것과 관련해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이 진위를 물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가케학원) 결정 과정에는 한 점의 오점도 없다”고 동문서답했다. 이에 고이케 서기국장은 “이것이 장안의 화제인 ‘밥 논법’인가요? 논점 흐리기군요”라고 받아쳤다. 아베 총리는 ‘가케학원 이사장과 만났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직접 청탁을 하거나 내 지시를 받은 사람이 없다”고 둘러댔다. 의원은 만났는지를 묻는데 아베 총리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계속 강조한 셈이다.

도쿄신문은 이에 대해 “의도를 알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의도적인 속임수”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위터 등 일본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화가 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화제의 키워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밥 논법이란 단어는 아베 총리의 일하는 방식 개혁(노동개혁)을 비판한 호세이(法政)대의 우에니시 미쓰코(上西充子) 교수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아베#밥 논법#사학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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