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미자 맥주-울산 배빵… 특산물 이용해 ‘블루오션’ 개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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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

24일 가나다라브루어리 제조공장에서 배주광 대표(왼쪽)와 김억종 생산총괄 이사가 맥주 원료인 맥아가 담긴 통 앞에서 맥주 맛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문경=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24일 가나다라브루어리 제조공장에서 배주광 대표(왼쪽)와 김억종 생산총괄 이사가 맥주 원료인 맥아가 담긴 통 앞에서 맥주 맛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문경=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 문제가 고착화되면서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농산물 가공이나 농촌체험 관광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농촌융복합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동아일보는 이 분야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구슬땀 어린 노력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프런티어들을 집중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들의 노하우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과 노후를 설계하는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길 기대한다. 》



○ 지역특산물 오미자와 맥주의 결합

24일 오전 경북 문경시 외곽인 점촌동에서 시내 중심가로 가는 문경대로. 택시를 타고 가다보니 ‘오미자맥주’라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 뒤로는 넓은 주차장과 기와를 얹은 큼지막한 한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뜻 봐선 맥주를 파는 큰 고깃집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한옥에 들어서자 구수한 보리 익는 냄새가 가득했고 은빛 초대형 탱크들이 실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이곳은 문경지역 특산품인 오미자를 이용해 수제 맥주를 만드는 ‘가나다라브루어리’ 제조공장이었다. 가나다라브루어리는 2011년부터 오미자맥주를 만들던 ‘문경산동네영농조합법인’과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던 투자자들이 손을 잡고 만든 회사.

대표는 KT에 근무했던 배주광 씨(41)가 맡고 있다. 문경산동네영농조합법인에서는 대표인 김규천 씨(61)의 아들인 억종 씨(36)와 만종 씨(31)가 각각 생산총괄 이사와 양조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배 대표는 “문경에서 오미자 가공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와 영농조합법인 김 대표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양가의 아들들이 같이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은 조합법인, 마케팅 등 경영은 수도권에서 온 투자자들이 각각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오미자맥주와 점촌 IPA, 문경새재 페일에일, 은하수 스타우트, 주흘 바이젠 등 다섯 가지 수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는 문경의 또 다른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만든 ‘사과주’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장 2층에는 양조시설을 내려다보면서 수제 맥주를 시음하고 구매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말이면 문경새재 관광객들 중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200명 가까이 된다는 게 가나다라 측 설명이다. 김억종 생산총괄 이사는 “문경 토박이인 우리 형제가 나선 만큼 (회사를) 지역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로 만들고, 나아가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나다라 측은 올해 매출 10억 원, 내년에는 3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배 대표는 “농촌은 도시에 비해 기회가 많은 반면 경쟁은 치열하지 않다”며 “좋은 아이템으로 시장을 선점하면 블루오션을 만들어갈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 차(茶)과자로 전통과 현재를 연결

울산 울주군에서 전통 차과자점 ‘소월당’을 경영하는 이수아 대표(34)는 부모님이 재배한 차와 팥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든 케이스. 울산에서 컨설팅 회사 직원과 계약직 교사로 일하던 이 대표는 2006년 차 농사를 짓기 위해 귀촌한 부모님과 함께 울주로 왔다. 울주에 살면서 울산으로 통근하던 이 대표는 부모님이 재배한 차에다 울산 특산품인 배나 팥 등 인근에서 생산되는 농작물로 간식을 만들면 상품성이 있겠다는 생각에 2013년 사업자등록을 했다. 이후 양갱과 배를 넣어 만든 ‘울산 큰애기 배빵’을 선보였다. 양갱은 부모님이 재배한 팥을 원료로 견과류를 첨가해 만들었다. 배빵은 배를 자른 다음 졸여 빵에 넣었다. 특히 배빵은 사각거리는 식감과 시원한 뒷맛을 무기로 울산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 대표는 울주 본점 외에 울산 남구 삼산동 시내에 제조공방을 갖춘 2호점을 냈다. 최근에는 울산역에 판매대를 설치했다.

이수아 소월당 대표가 청상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소월당은 차과자점 외에 예약제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소월당 제공
이수아 소월당 대표가 청상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소월당은 차과자점 외에 예약제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소월당 제공
이 대표는 “부모님이 정성을 들여 재배한 차와 팥에다 울주 지역의 유기농산물을 주로 사용한 게 인기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배빵과 양갱이 전국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디자인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경=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소월당#오미자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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