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딸이 함께 실전 같은 재난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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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안전체험교육관 가보니
선박-항공기-지진-태풍 등 대비… 재난안전관 신설해 재개관
“아이보다 부모 교육이 더 중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 마련된 선박 모형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어린이들이 선박 사고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 마련된 선박 모형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어린이들이 선박 사고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옆에 나보다 어린 동생이 있으면 산소마스크 쓰는 걸 도와줘야 할까?”

‘동생은 도와준다’는 일반적인 답이 오답이라고 느낀 걸까. 예닐곱 살 아이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산소마스크는 무조건 내가 먼저예요. 마스크를 쓰고 3번 크게 숨을 들이마셔서 입이랑 코에 찰싹 붙게 한 다음에 도와주는 거예요. 이건 부모님도 마찬가지예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파안전체험교육관 모형 항공기 안에서 어린이 4명과 어머니 2명, 아버지 1명이 강사의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끝나자 노란 구명조끼를 입은 이들은 슬라이드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기내 비상탈출 연습이다.

이 세 가족은 이날 90분 동안 대형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철도(지하철) 선박 항공기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는 화재 상황이 연출됐다.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아이들은 직접 비상전화로 열차번호와 전동차 호수를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 입을 가릴 때는 손이 아닌 옷자락으로 가리고 자세를 낮춰 오리걸음으로 탈출하는 연습을 했다. 선박 사고로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릴 때는 한 손으로 턱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주요 부위를 가린 후 신발을 벗고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여섯 살 딸 김소율 양을 데리고 온 최선희 씨(44·여)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학교나 유치원에서 재난안전교육을 많이 하지만 교통수단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체험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왔는데 만족스럽다”며 “1년에 한두 번은 꾸준히 데려와 익숙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2001년 6월 ‘어린이 안전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로 유치원에 다니는 딸 쌍둥이를 잃은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이사가 관장이다.

지난해 12월 2년 반에 걸쳐 리모델링한 뒤 지금의 안전체험교육관으로 재개장했다.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된 교통안전체험관과 지진 태풍 등을 간접 체험하며 행동요령을 가르치는 재난안전관이 새로 생겼다. 특히 어린이안전교육관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뺐다.

“이 교육관에서 체험했다고 해서 어린이 스스로 자기 안전을 책임지라는 뜻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 대표는 “사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비상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어렵다”며 “부모나 교사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들 안전은 보장하기 어렵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 가정을 대상으로 야간교육을,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주말안전체험교실을 열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일회성 견학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주말안전체험교실에는 많을 때는 20팀씩 오기도 한다.

안전체험교육관은 평일 3회(오전 10시, 오후 1시, 3시) 토요일 2회(오전 10시 반, 오후 1시 반) 운영한다. 대형교통안전교육뿐 아니라 가정이나 승강기 안전을 체험하는 생활안전교육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isafeschool.com/songpa)나 전화(02-406-5868)로 사전 예약해 이용하면 된다. 무료.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실전 같은 재난훈련#송파안전체험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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