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분석 첫 시도… 정책선거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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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우리 동네 이슈맵]기사 630만건-의회 회의록 10만건
지자체 이슈 4년치 빅데이터 분석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의 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스의 ‘공간모형’은 투표 경향을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패러다임이다. 공간모형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 입장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이념성향 또는 전반적 정책 입장과 가장 가까운 후보자에게 투표한다고 가정한다. 정책투표의 전제 없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정당화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현실은 어떨까. 필자는 지난해 3월 28∼30일 전국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정치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자들에게 약 20개의 정책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동일한 사안들에 대해 당시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의 입장도 취합했다. 이 조사에서 자신과 정책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전체의 약 17.8%에 불과했다. 민주주의 이론이 상정하는 정책투표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고관여(High Stimulus)선거’로 분류되는 대통령선거에서조차 ‘정책 선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더욱 심각하다. 역대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로서의 의미가 컸다. 따라서 후보자들도 정책공약 개발에 소홀하거나 전략적으로 경쟁 후보와 유사한 공약을 내놓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진 권한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1991년 지방자치를 시작한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방선거다운 지방선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서울대 폴랩은 동아일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민선 6기 지자체가 출범한 2014년 7월 이후에 나온 512개 언론사(지역일간지 포함)의 보도 629만9584건, 243개 지방의회의 본회의·상임위 회의록 10만1835건을 다양한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해 ‘우리동네이슈맵’을 구축했다. 지자체 관련 언론보도 분석으로는 최대 분량의 데이터가 동원됐다. 지방의회 회의록 전수 분석도 국내 최초의 시도다.

분석 결과가 6·13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자들에게는 정책공약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유권자들에게는 거주 지역의 현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정책이다. 민주주의는 정책투표를 통해 구현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지역이슈 분석#정책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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