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을 사랑한 텍사스 밴드 “다음은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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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이색 연주 美 ‘크루앙빈’, 19일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
“신중현-김정미 음악 좋아해요”

19일 첫 내한 무대에 서는 미국 밴드 ‘크루앙빈’. 왼쪽부터 마크 스피어(기타), 로라 리(베이스기타), 도널드 존슨(드럼). 프라이빗커브 제공
19일 첫 내한 무대에 서는 미국 밴드 ‘크루앙빈’. 왼쪽부터 마크 스피어(기타), 로라 리(베이스기타), 도널드 존슨(드럼). 프라이빗커브 제공
전기기타가 상쾌한 파찰음을 내며 동양적 5음계를 오르내리고, 베이스기타와 드럼은 두툼한 리듬으로 장단을 맞춘다.

지금 이 시각 태국 파타야 해변에 울릴 만한 음악. 듣자니 동얌꿍 국물부터 마시고 싶어진다. 미적지근한 맥주 한 잔 곁들여서.

영화 ‘별들의 고향’(1974년)에도 어울릴 이 눅눅한 음악은 그룹 ‘크루앙빈(Khruangbin)’의 것. 크루앙빈은 태국어로 ‘비행기’라는 뜻이다. “1960, 70년대 태국에서 유행한 펑크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 밴드는 뜻밖에 미국 텍사스 출신이다.

19일 오후 서울재즈페스티벌(19, 20일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출연하는 이 괴짜 미국 밴드의 멤버들, 마크 스피어(기타)와 도널드 존슨(드럼)을 서면으로 만났다. 카우보이와 블루스로 유명한 텍사스에서 어쩌다 태국 음악에 빠졌는지 물었다.

“어려서부터 일본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음악에 익숙했고 인도 볼리우드 음악도 접했죠. 그러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태국 음악을 알게 됐어요.”

스피어와 로라 리(베이스기타)는 2009년 태국을 방문해 현지 음악에 더욱 빠져버렸다. 태국어 공부까지 시작할 정도로. 2013년 ‘크루앙빈’을 결성했다. “크루앙빈(비행기)은 우리가 처음 배운 태국 단어예요. 저희에게 큰 영향을 준 음악에 대한 헌정인 셈이죠. 어감도 좋잖아요.”

크루앙빈의 2집 ‘Con Todo El Mundo’는 올해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할머니가 막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뮤직비디오(‘Evan Finds the Third Room’)도 독특해 화제다.

거의 연주곡이지만 ‘The Man Who Took My Sunglasses’ 같은 별난 제목으로 호기심을 돋운다. ‘Dern Kala’는 태국 아이들이 코코넛 껍질을 잘라 발에 붙이고 뛰는 놀이의 이름. “곡 제목부터 듣는 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해서요.”

태국 마니아인 이들에게 태국 공연은 거의 메카 답사만큼 성스러운 체험이다. 20일에 태국 방콕에서 또 공연한다. 현지 가수 품 비푸릿도 얼마 전 기자에게 “크루앙빈은 정말 쿨한 밴드다. 방콕에 오면 꼭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크루앙빈이 요즘 태국 다음으로 궁금해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한국이다. “마크가 신중현, 김정미를 좋아해요. 로라는 한국 드라마 ‘파스타’의 광팬이고 한국식 찜질방에도 자주 가죠. 저희 모두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아마, 미국에서 먹는 거랑은 다르겠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크루앙빈#서울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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