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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기홍]영구집권 꿈꾸는 김정은의 걱정과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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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기홍]영구집권 꿈꾸는 김정은의 걱정과 셈법

이기홍논설위원 입력 2018-05-10 03:00수정 2018-05-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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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 급변화를 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정말로 그럴까. 이걸 따지는 건 문 대통령에게 공(功)이 돌아가는데 딴지 걸려는게 아니다. 변화의 근본 동력(動力)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전략과 미래 전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당히 남북 유화분위기를 만들어 국제제재 속에 숨통을 틔워보려던 김정은을 문 대통령이 설득해 비핵화의 길로 나서게 된 것이라면, 김정은은 앞으로 자신이 받을 보상의 양과 질을 매우 민감하게 따지면서 언제든 다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미 지난해 가을 겨울 혹독한 제재를 경험하면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로 결심한 뒤, ‘내 손을 좀 잡아달라’는 시그널(1월 1일 신년사와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을 보낸 것이라면 앞으로도 비핵화 여정은 전망이 밝다.

필자는 올 벽두부터 급선회한 한반도 정세 변화의 근본 동력은 김정은의 결심이라고 본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정책과 중국의 동참이었다. 햇볕이 아니라 엄혹한 압박이 외투를 벗게 했고, 마침 자존심 상하지 않고 외투를 벗을 수 있게 감싸주는 ‘햇볕(문재인 정부)’이 있어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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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권은 당(黨)은 달러로, 인민군은 광산채굴권 등의 특혜로 다스려왔으나 제재로 그게 불가능해졌다. 김정일이 그랬듯이 200만 명이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몇 년 견딘다 한들 빛이 보이는건 아니다. 수십 년 더 권좌를 누려야할 김정은 에겐 지속가능한 생존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결심을 한 건 분명한데 문제는 비핵화의 콘텐츠다. 그 자신도 생각이 시계추 처럼 바뀔 것이다. 김정은의 핵심 관심은 권좌 보장인데, 미국의 공격 위협이 사라진다 해서 체제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일정수준 경제개혁과 개방으로 외부 정보가 유입돼 인권과 정치적 자유 확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학살극이 벌어져도 국제사회는 개입하지 않을 것인가.

2003년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 단계에서 포기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8년후 ‘아랍의 봄’ 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당시 카다피 정부군은 공군기를 동원해 민주화 시위대와 반군을 학살했고 전세는 단연 카다피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미국은 앞에 나서지 않았지만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돼 유엔결의를 통과시키고 공군력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카다피 군은 패퇴하고 카다피는 반군의 손에 사살됐다. 카디피에게 핵무기가 있었다면 서방군대가 개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수개월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반군과 시민을 무차별 학살했지만, 국제사회는 무력개입을 하지 못했다. 아사드 정권의 강력한 후견인인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극력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은 핵무기가 없었지만 결국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북한의 관계는 러시아-아사드 정권에 비해 훨씬 끈끈하다. 북한에서 학살극이 벌어져도 유엔 안보리에서 군사개입 결의안이 통과되는건 거의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걱정하는 것은 북한 정정(政情)이 극도의 혼돈에 빠질 경우 중국이 북한내 다른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는 상황일 것이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비롯해 수많은 인사들을 처형하고 숙청한 것도 권력투쟁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담판을 앞두고 두 번이나 시진핑을 찾아간 것도 어떤 경우에도 현 체제를 지지해줄 것인지 내심 가늠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은 사막에 여러 부족이나 인종적·종교적 반대파가 할거하는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산골 구석구석까지 행정력·물리력으로 장악된 통제사회다. 정권을 위협할 수준의 무장봉기가 가능한 여건이 아니다. 게다가 조선왕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바로 김씨 세습 체제로 접어든 사실상의 봉건왕조사회다. 김정은이 모델로 생각하는 중국식 개방을 해도 정치적 자유를 열망하는 집단적 저항 운동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이런 여러 요소를 따지면서 김정은은 ‘형식상의 완전 비핵화’를 해도 권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이는 진정으로 모든 핵능력을 포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우크라이나처럼 정권이 바뀌어 버리지 않는 한 숨겨놓은 핵무기와 잠재적 핵 능력까지 완전 제거됐다고 확신하는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숨겨놓은 핵무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자체가 나중에 자신을 함부로 못 건드리게 하는 발톱이 될 것임을 김정은은 알 것이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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