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재산 빼돌린 39명 세무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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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허위 거래 등 수법 지능화
국세청, 지난해 1조3192억 추징

기업인 A 씨는 미국에 투자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그는 이 수입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숨겼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국내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기 전에 페이퍼컴퍼니에 숨겨둔 돈으로 상장예정 기업의 주식을 매집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내국인이면서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하면서 세금도 면제받았다.

국세청은 A 씨처럼 해외 재산을 은닉해 탈세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자와 개인 39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국세청은 “외환거래 정보, 수출입 거래, 해외소득 신고 등을 종합 분석해 대기업 사주, 사회 유명인사가 포함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층 및 대기업의 역외탈세 수법은 매년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빼돌리는 오래된 탈세수단 말고도 기업 간 가상의 거래를 허위로 꾸며 해외에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일례로 B사는 해외에 있는 현지법인과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 현지법인이 “제품에 불량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판매 단가를 낮춰줬다. 하지만 공급한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B사가 낮춰준 판매 금액은 고스란히 회사의 비자금 금고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B사에 수백억 원대 법인세를 추징하고 사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탈세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역외탈세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33명을 조사해 1조3192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추징세액(59.7%)과 조사 대상자 수(15.3%)가 모두 급증한 것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탈세#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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