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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발길 느는데… ‘분단’ 못본채 사진만 찍고오는 DMZ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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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발길 느는데… ‘분단’ 못본채 사진만 찍고오는 DMZ투어

구특교 기자 입력 2018-05-03 03:00수정 2018-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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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늘어도 겉핥기식 투어 여전
1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DMZ 안보 관광을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임진각=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평소에는 매표소 앞이 썰렁했어요. 그런데 정상회담 후 투어 신청이 5배 넘게 늘었어요.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1일 오전 8시 50분경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사 박모 씨(60)가 신기한 듯 말했다. 그는 관광객을 태우고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오간다. 이날 투어 참가를 위한 매표소는 오전 9시에 열리지만 이미 관광객 10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버스 앞에서 한 여행사 가이드가 “빨리 탑승하세요”라고 외쳤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헌병 한 명이 버스에 올랐다. 미국인 샌드 스미스 씨(59·여)가 웃음을 멈추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헌병이 여권 확인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인 스미스 씨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참전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권을 확인하는 걸 보니 DMZ로 들어왔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 정상회담 효과에 외국인 발길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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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DMZ 안보 관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임진각 DMZ 투어는 평화누리공원을 출발해 도라산전망대∼제3땅굴∼도라산역∼통일촌을 약 2시간 반 동안 돈다. 투어에 참가하려면 평화누리공원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군사지역이라 단체(30인 이상)가 아닌 경우 지정된 45인승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평일 기준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3시까지 9차례 운행한다. 투어 참가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다른 관광지보다 까다롭지만 이날은 표가 일찍 매진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고형석 씨(51)는 “정상회담을 보고 가족과 찾았는데 표가 없어 무척 아쉽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와야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평소보다 4, 5배 늘었다. 이날 본보 기자가 올라탄 45인승 투어버스 탑승객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민간여행사를 통해 DMZ 투어를 신청했다. 오전 8시경 서울 도심을 출발해 투어를 마치고 오후 2시경 다시 서울에 도착하는 ‘한나절 코스’가 일반적이다.

○ ‘찍고 오기 식’ 투어는 지양해야

DMZ 투어에 대한 높아진 관심만큼 불만도 쏟아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투어 프로그램이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DMZ 투어 중 한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15분 남짓. 그 지역을 충분히 보고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도라산역에서는 기념도장(스탬프)을 찍으려고 줄만 서 있다가 버스로 돌아가는 관광객이 많았다. 미국인 조지 패드코스키 씨(33)는 “투어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가이드의 ‘빨리빨리’였다. 여기저기 허겁지겁 다니기만 하지 DMZ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가이드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파주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A 씨는 “일부 가이드는 틀린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38선과 군사분계선의 차이를 헷갈리거나 남북이 함께 추진한 사업이 언제 시작됐는지 잘못 알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 씨는 “심지어 임진각 바로 건너편은 한국 땅인데 외국인들에게 ‘저기가 북한 땅’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어 콘텐츠의 질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인 여성 B 씨는 “버스에서 틀어주는 DMZ 소개 영상이 너무 구식 스타일이라 실망했다. 정보기술 강국인 한국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예산을 엉뚱한 데 쓰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DMZ 투어를 비롯한 안보관광이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찍고 오는 식’의 한나절 또는 당일치기 코스는 일회성 관광객만 늘린다는 얘기다. 문화 유적이나 자연 명소와 연계해 장시간 머무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접경지역 대부분이 군사지역이다 보니 군과의 협조가 긴밀하지 못해 드러나는 한계가 많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문성 있는 해설가를 적극 고용하고 콘텐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각=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dmz투어#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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