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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숙자]평양냉면이 불러온 개성편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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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숙자]평양냉면이 불러온 개성편수의 추억

윤숙자 전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입력 2018-05-03 03:00수정 2018-05-0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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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전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지난달 27일 따뜻한 봄날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평화의 봄바람이 한반도에 불어왔다. 50cm가량의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남과 북의 대표 수장이 손을 맞잡았다. 전쟁의 시대를 겪은 사람들도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드라마의 어느 장면보다 감동했다. 한평생 음식을 가르치고 알리는 교육자로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필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북에서 오신 분들에게 남쪽의 식재료로 의미가 담긴 음식을 선보인 날이었고, 북쪽의 평양냉면이 남으로 내려와서 평양음식의 진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만찬음식은 ‘고향음식’이라는 주제로 서로의 고향음식 이야기를 하고 남과 북의 음식을 나누며 하나가 되려고 했다. 이번에 나온 민어편수만 봐도 전남 신안군 끝자락에 있는 가거도에서 나오는 민어와 해삼을 넣어 개성의 대표 향토음식인 편수를 함께 만들어냈다. 가위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필자는 개성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남으로 피란을 내려왔다. 이번 만찬음식 중에 편수를 보니 ‘개성댁’인 어머니가 해주시던 개성편수가 생각났다. 편수를 빚는 날이면 어머니가 부엌에서 언니 오빠들 몰래 내 입에 넣어주시던 편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전주, 서울 음식과 함께 한국 3대 음식으로 꼽히는 개성 요리를 배웠다. 어머니에게 배운 북쪽 음식의 특징은 양념을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주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예를 들면 메밀국수에 여러 재료를 소담하게 담아 부글부글 끓여 덜어 먹는 어복쟁반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서 남쪽 음식의 특징은 갖은 양념을 넣어서 음식의 맛이 다양하고 조금 더 자극적이다. 음식 크기도 북쪽 음식은 대개 큼지막하고, 남쪽 음식은 한 입에 넣을 만큼 크기가 작은 편이다. 필자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맛본 옥류관 평양냉면은 면발이 굵고 구수하며 육수는 간장으로 간을 해서 시원하고 담백했다. 밍밍하다고 느낄 만큼 맑고 심심한 육수에서 문득 육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맛이 북쪽지방의 맛인 듯하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남쪽 음식이 북으로, 북쪽 음식이 남으로, 서로 교류하면서 함께 발전하고 음식문화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의 전통음식이 소통했으면 한다. 민간교류가 더 활발해질 때 남북이 서둘러 회복하고 복원해야 할 여러 가지의 일 가운데 음식문화의 복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숙자 전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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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고향음식#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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