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력 매체들, 여론 조작 막으려 댓글기능 없애거나 논쟁 기사엔 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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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털 뉴스 댓글의 배설과 공작을 방치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선거에 있어 맞는 부분인가에 대한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포털 댓글과 뉴스 편집의 사회적 영향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포털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광온 신경민 유은혜 의원과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웃링크(기사를 클릭하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것) 도입 △댓글 정책 △뉴스 기사배열 방식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신 의원은 “아웃링크 원칙이 정착될 수 있다면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의 우려가 조금은 줄어들게 된다”며 “한국 독자들도 아웃링크에 익숙해지면 다른 차원의 뉴스 서비스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미권 유력 매체들은 댓글을 줄이거나 없애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과연 포털 뉴스에 댓글이 필수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해외 언론사들은 댓글 여론 조작 문제에 대해 △댓글 폐쇄 △일부 기사에 댓글 불허 △댓글 작성자의 이름과 지역을 밝히게 해 익명성 제한 △댓글을 소셜미디어로 이관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댓글 부작용을 막는 각국 언론사 사례를 소개했다.

과학지 포퓰러사이언스는 2013년 유력 매체 중 처음으로 댓글 기능을 없앴다. 댓글이 과학적 사실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어 일간지인 시카고선타임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리코드·더버지·와이어드, 시사 매거진 더위크 등이 댓글 창을 없앴다. 가디언은 자사 온라인 사이트의 7000만 개 댓글을 분석한 결과 여성, 소수집단에 대한 괴롭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민, 인종 등 논쟁적인 기사에는 댓글을 허용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실명제를 요구하지 않지만 이름, 지역을 입력하게 해 댓글 작성에 있어 최소한의 책임을 부여했다. 로이터는 2014년 댓글 창 폐지를 선언하며 “기사에 관한 의견 제시는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계정에서 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포털이 지금처럼 인링크를 유지할 경우 언론사의 네이버 종속이 심화되고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시도가 모두 실패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 황폐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과도한 네이버 집중도를 낮추고 저널리즘 다양성을 보장하는 해법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하게 아웃링크를 도입하는 구글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빠른 로딩 속도로 더 많이 검색하게 만드는 포털 본연의 기능으로 언론사 사이트에 더 많은 트래픽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아웃링크로 언론사들의 낚시성, 선정성 기사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인링크를 유지하되 언론사 브랜드를 강화하고 뉴스를 모아볼 수 있도록 편집을 개선하는 제3의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대형 포털의 영향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경쟁자가 필요하다”며 “미디어 스타트업 육성 등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의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포털과 언론사 사이에 아웃링크 전환, 댓글 정책 등에서 여러 갈등이 생기면 사회적 신뢰가 떨어진다”며 “플랫폼과 언론사 간 상생 논의가 이제라도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네이버는 아웃링크 도입을 열린 자세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바이두, QQ닷컴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인링크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방향성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인링크와 아웃링크는 장단점이 동시에 있는 만큼 여러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다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여론 조작 문제와 관련해 최영해 과기정통부 인터넷융합정책국장은 “매크로를 통한 여론 형성, 공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법무부 등과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무경 yes@donga.com·황규락 기자
#여론조작#포털#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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