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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美 종전-불가침 약속하면, 왜 北이 핵 갖고 어렵게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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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美 종전-불가침 약속하면, 왜 北이 핵 갖고 어렵게 살겠나”

문병기 기자 입력 2018-04-30 03:00수정 2018-04-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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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핵화 선언]김정은, 회담 통해 ‘對美 메시지’
디저트 ‘민족의 봄’ 함께 개봉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만찬에서 나무망치를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개봉하고 있다. 원형돔 속에는 망고무스 위에 울릉도와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가 올려져 있었다. 판문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27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남북 정상회담 공개 발언이나 공동 기자회견 과정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직접 꺼냈고 그 배경까지 설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를 목표로 내건 김정은이 미국의 ‘동시 보상’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하나둘씩 비핵화 언급을 흘리면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ICBM 포기할 테니 종전 선언하자는 김정은

김정은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9일 브리핑을 갖고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終戰)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또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지만 전 세계에 생중계로 전해진 공동 기자회견에선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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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통해 전해진 이번 비핵화 발언은 김정은이 실제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발언은 체제 안전 보장이 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길 만한 얘기”라고 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적대 관계 종식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김정은의 “(내가)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종식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탄두는 물론이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체제 안전만 보장해주면 이를 수용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겨냥한 무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발언은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는 조건부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밝혔던 김정은이 핵 동결을 넘어 기존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종전 선언과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무조건인 비핵화’는 안 되고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선 미국의 보상으로 북-미 수교가 맞교환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면”이라고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직접 대화가 수시로 열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사전 신뢰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핵 동결에 나선 만큼 본격적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면 미국도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 비핵화 발언 간접 공개로 몸값 높이기

청와대를 통해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은 다분히 미국을 향한 발언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지 않은 가운데 비핵화를 위해선 미국이 움직이고 실제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정상회담 이틀 뒤 간접적으로 공개한 것 역시 다분히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회담 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당일에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회담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청와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북-미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선물’을 줄 수 있음을 내비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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