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장난감 언박싱 동영상 인기몰이… 체험 마케팅 주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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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만든 캐리소프트의 성공비결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 어린이 콘텐츠가 있다. 1980년대 ‘뽀뽀뽀’가 그 역할을 했고 1990년대는 ‘텔레토비’였다. 2000년 후반부터는 ‘뽀롱뽀롱 뽀로로’가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요즘 아이들의 친구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다.

“안녕!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캐리예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시작하는 이 동영상은 2014년 유튜브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4년여 만에 유튜브 채널 18개, 구독자 수 170만 명을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최고 인기 어린이 콘텐츠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해 중국 3대 동영상 플랫폼(유쿠,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에서 46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제작하는 캐리소프트는 콘텐츠의 인기를 바탕으로 뮤지컬, 완구사업, 모바일 게임, 키즈 카페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고 중국을 넘어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47호에 실린 캐리소프트의 성공 전략을 요약했다.

○ 유튜브의 성장성을 내다본 ‘촉’

플레이존. 캐리소프트가 인천 청라, 수원 아이파크시티, 여의도 IFC 등에 운영 중인 키즈카페 전경. 자사의 캐릭터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캐리소프트 제공
플레이존. 캐리소프트가 인천 청라, 수원 아이파크시티, 여의도 IFC 등에 운영 중인 키즈카페 전경. 자사의 캐릭터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캐리소프트 제공
캐리소프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유튜브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타이밍이 좋았다. 2000년대 들어 어린이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탄생 때문이다. 캐리소프트를 창업한 박창신 대표는 이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했다. 박 대표가 유튜브를 눈여겨본 이유는 유튜브 특유의 수익 배분 구조 때문이다. 유튜브를 활용해 동영상을 업로드할 경우 조회 수에 따른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수익이 100달러가 넘으면 바로 현금화도 가능하다는 점은 창업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었다.

박 대표는 미국의 인기 어린이 유튜브 콘텐츠들을 보며 공통적인 특징을 연구했다. 인기 콘텐츠들이 어떤 포맷을 갖고 있고, 영상 길이는 어떻게 되며, 업로드 빈도는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만들 수 있는 동영상을 고민하다 ‘장난감 언박싱(개봉)’을 택했다. 국내 최초로서 선점자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 캐릭터 중심 콘텐츠 제작

체험존.
초기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의 인기를 견인한 것은 1대 캐리 언니 강혜진 씨의 힘이다. 강 씨가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소개하고 가지고 노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 포맷이 자리 잡으면서 캐리소프트의 인지도는 빠르게 상승한다. 하지만 캐리소프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5년 말부터 캐리의 캐릭터 사업화에 나선다. 캐릭터를 제작해 동영상에 활용했으며 인형 같은 상품도 판매했다. 구독자 수 20만 명을 넘겼고 20억 원 정도의 투자가 들어온 시점이었다.

이 같은 캐리소프트의 선택은 이후 강 씨가 캐리소프트를 떠나 경쟁사로 이직할 때도 캐리소프트의 인기를 유지시켜 주는 힘이 됐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MCN(multi channel network) 비즈니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발 빠르게 캐릭터 비즈니스로 전환한 덕분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처음부터 캐릭터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추구했기 때문에 캐릭터 사업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며 “캐릭터를 통해 정교한 세계관을 만들어야 캐릭터가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캐릭터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캐리소프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어린이 캐릭터 외에 어린이의 부모 캐릭터까지도 정교하게 설정해 방송을 보는 아이의 부모들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볼 콘텐츠를 선택하는 건 부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리의 아빠는 장난감 가게 주인으로 설정했다.

○ 보는 재미 넘어 체험으로

뷰티룸.
캐리소프트가 처음 유튜브에 장난감 언박싱 동영상을 올리던 2014년과 현재는 시장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과 3, 4년 사이 캐리소프트 같은 키즈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수없이 많아졌으며 ‘허팝’ ‘토이 몬스터’처럼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 수준의 1인 키즈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탄생했다. 한마디로 경쟁이 치열해진 것. 캐리소프트는 유튜브를 발판으로 키즈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발 빠르게 온라인 콘텐츠의 오프라인화를 진행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점도 존재한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고 모방이 쉽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 바로 콘텐츠에 대해 애착을 갖는 팬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캐리소프트가 공을 들인 부분이 ‘경험 마케팅’이다.

캐리소프트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란 뮤지컬을 만들어 어린이 시청자들이 직접 캐릭터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캐리소프트가 정교하게 온라인상에서 만들어낸 고유의 세계관을 직접 오프라인상에서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아이들이 직접 캐리소프트의 인기 캐릭터가 되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키즈카페 사업도 시작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리소프트의 인기 캐릭터들이 뛰어노는 스튜디오와 똑같이 꾸며진 장소에서, 직접 캐리로 변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이들을 단순 시청자를 넘어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장난감 언박싱#인기몰이#체험 마케팅#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캐리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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