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김영남과 함께 軍 수뇌-외교라인 핵심 총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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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북정상회담]‘평양 지도부’ 그대로 판문점으로

북한은 27일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을 외교·국방의 총책임자 내지 김정은의 최측근 인사들로 채웠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이어진 문화·체육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낸 주역들이 다시 출동한 데 이어 외교·국방 최고위급까지 가세해 사실상 ‘평양 수뇌부’를 판문점으로 옮겨 왔다는 평가다. 이런 과감한 포석은 남북을 넘어, 비핵화를 놓고 담판을 벌일 북-미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北 최고지도자와 국가수반의 첫 동시 방남

북한의 공식 수행단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총 9명으로 우리보다 2명이 많다. 본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6명이었던 우리 수행단은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추가하며 7명이 됐다.

이는 상호 간 관계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북측의 기선 제압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파트’가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존재 때문이다.

특히 김영남의 등장은 이례적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방남하는 것도 최초지만 실질적 최고통치자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동시에 남측 땅을 밟는 것도 처음이다.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선 김정은 대신 평양을 지켰던 91세의 고령 김영남이 남북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원로인 김영남을 앉힘으로써 문재인 대통령보다 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게감을 실어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 ‘외교 상왕’ 리수용까지…북핵 정책라인 총출동

북한의 ‘인해전술’식 인력 배치에는 한미의 바람대로 비핵화를 제대로 논의해 보겠다는 메시지도 엿보인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선 배석하지 않았던 외교 국방 총책임자들이 둘씩이나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임종석 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과거와 달리 이번 수행단에 군의 핵심 책임자와 외교라인이 들어 있는데 저희들로서는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 회담 이후 이어질 북-미 회담과 다양하게 진행될 국제사회 협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인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치된 것은 이번 회담이 북측엔 북-미 회담의 리허설 격임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대비해 대미라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 등을 상대할 카운터파트이기도 하다.

○ 확대정상회담은 ‘3 대 3’ 가능성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훨씬 더 적은 분들이 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문 대통령 간의 확대 정상회담 배석자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관례상 정상 외에 한 분 정도 앉았다. 우리 쪽도 그에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안만을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오후 회담은 보다 압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두 정상만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거나 배석자를 1, 2명으로 줄여 사실상 단독회담 형식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 회담이 비핵화 합의 문구와 같은 본질로 좁혀질수록, 정상 간 최종 담판이 필요할수록 인원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평양을 방문했던 우리 특사단과 북측의 접견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과 정의용 실장 대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또는 대남총책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구도가 예상된다. 나머지 수행단도 별도 장소에서 회담 내지 실무협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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