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균택]범죄 수익 철저한 환수가 ‘범죄 유혹’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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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최근 법무부는 1999년 거액의 금융사기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입원치료를 위해 풀려나자 중국으로 도주한 B 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을 거래하던 B 씨는 적자가 늘자 폐반도체를 고가 컴퓨터 부품으로 위장해 해외 유령회사로 선적하고 수출신용장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시중은행을 속여 수천억 원의 수출대금을 받았다. 교묘한 사기 행각 이상으로 놀라웠던 것은 변호사, 교도관, 의사, 경찰까지 매수해 감시를 따돌리고 위조 여권을 사용해 해외로 도피한 대담한 행각이었다.

이후 B 씨는 중국에서도 사기를 저지르다 2005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중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고 중국에서는 12년 형 집행종료 후 석방과 동시에 B 씨를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했다. 20년 가까운 긴 세월이 걸렸지만 결국 B 씨는 한국에서 형 집행을 벗어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한중 연속 27년의 수감 생활을 할 운명에 처했다.

법률과 제도는 범죄자가 감수할 불이익은 증가시키고 범죄로 얻는 이익은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점점 변화됐다. 범죄와 형벌에는 장기간 방치되면 소추와 집행을 금하는 시효 제도가 있다. B 씨는 형 집행시효가 문제였다. 그의 형 집행시효는 2014년 3월 만료되는데 당시에는 해외 도피자에 대한 시효정지 제도가 없어서 12년 동안 중국 선고형을 모두 복역하면 한국 선고형은 시효가 지나 집행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법무부는 2013년 12월 그를 중국에서 임시 인도를 받아 7일간 구금 후 재송환해 시효를 중단시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법 개정 논의가 심화돼 2014년 5월 해외 도피자에 대한 형 집행시효 정지 제도가 도입됐다. 게다가 법무부는 외국과 적극적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현재 77개국과 공식적인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다. B 씨처럼 해외로 도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영영 숨어서 사는 비용만 늘게 생겼다.

자금세탁 추적과 범죄수익 환수를 철저히 하면서 범죄자가 얻을 편익의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1년 정부 발의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범죄수익을 은닉·가장·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법무부는 사회 변화에 따라 이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제출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또 올해 2월 범죄수익 환수 전담조직으로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자금세탁 범죄 대응, 고액 추징금 환수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판단하면 범죄의 비용이 편익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유혹에 넘어가면 이익은커녕 패가망신을 한다는 인식이 사회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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