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병탁]인공지능, 실패를 두려워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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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2016년 3월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이제 인공지능은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범죄 수사를 돕기 시작했다. 올해 서울대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관련 교양 과목을 개설했다. 이 강의는 이공계는 물론이고 인문대, 사회대, 법과대 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관심은 역사가 길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기계가 지능을 지녔는지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는 1950년도에 제안됐다. 인공지능 기술은 2011년 3가지 기념비적인 사건을 맞이한다. 첫 번째 사건은 ‘제퍼디’라는 미국 퀴즈쇼에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사람을 상대로 승리한 일이다. 두 번째는 애플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를 최초로 선보인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2011년 6월 미국 네바다 주의회가 세계 최초로 구글의 자율주행차 주행을 법으로 허가했다.

IBM 등 정보기술(IT) 선도기업들은 오랜 시간 묵묵히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도입과 활용 방안을 고민해왔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활용 방법에 대해 정부와 학계, 업계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고, 기업도 인공지능 도입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에서도 인공지능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어디부터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프트웨어나 IT 업계와는 달리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제조업의 특성상 신기술을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했던 국내 기업들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일단 부딪혀 시행착오를 겪은 뒤 성장하기보다는 사전에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성공 사례로 여긴다.

인공지능 도입과 디지털 혁신은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아직 무언가 확립된 것이 없고 벤치마킹할 성공 사례가 없는 분야인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필자가 연구 중인 인공지능 로봇을 학습시킬 때도 물체를 가장 확실히 인식시키는 방법은 직접 들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뜨거움’을 배우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 뜨거운 물체를 직접 만져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아직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오늘날 ‘휴대전화’라고 하면 으레 스마트폰을 떠올리듯, 인공지능도 불과 몇 년 뒤에는 일상 깊이 자리 잡아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오히려 일찌감치 대응하고 이를 주도할 전략을 미리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

오늘날 존재하는 데이터의 80%는 기업 인트라넷처럼 그동안 컴퓨터로 분석하지 못한 비정형 데이터이다. 인공지능의 진가는 이런 ‘다크 데이터’와 결합할 때 발휘된다. 간단하게는 비서부터 업무 방식의 전환, 창작까지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부터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곧 극복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질 것이다. 성공 사례를 기다리면 이미 늦다. 작은 인공지능 프로젝트라도 우선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며 성장해야 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알파고#인공지능#디지털 혁신#다크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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